"남과 북이 일본군 성노예 문제와 같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힘을 모아나가야만 독일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것과 같이 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2019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특별 초청된 '귀향'의 강하나 배우와 조정래 감독은 26일 필리핀 마닐라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귀향은 일본군 성노예 할머니들의 삶을 다뤘다.

이들은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에 좌절하지 말고 끊임없이 만나고 대화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강 배우는 이번 대회에 초청된 소감을 묻자 "영화 귀향 출연을 통해 일본군 성노예 할머니들의 삶에 대해 알게 되면서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했고, 그 이후부터 할머니들의 삶을 알리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었다"라며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뜻깊은 행사에 초청돼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강 배우는 '조총련'계 재일교포로서 느꼈던 '남북분단'의 의미에 대해 소개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강 배우는 "조총련 계열 학교에 다니면서 남한의 역사와 북한의 역사를 따로 배워야만 했다"라며 "조선반도는 하나고 같은 말과 글을 쓰는 하나의 민족인데 왜 분단돼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 하루빨리 통일돼 남이든 북이든 자유롭게 갈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터뜨렸다.

이어 "일본군 성노예 문제로 '한일관계'가 나빠질 때조차도 그저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좋지 않구나'라고 생각할 만큼 많은 일본인이 할머니들의 문제를 잘 모르는 것에 답답함을 느낀다"라며 "틀린 인식이 아닌 올바른 인식을 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앞으로도 할머니들의 문제를 알리는 일이라면 어떤 역할이든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감독은 피해자 할머니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묻는 말에 "위안부가 'Comfort Women'(위안을 주는 여성)으로 영문 표기되는 것을 처음 접한 뒤 큰 충격을 받았다"라며 "피해자 할머니들의 문제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일본군 성노예 (Sex Slave of Japan Army)라고 표현하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남과 북만의 문제가 아닌 인류 전체의 문제'라고 규정하며,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체결된 '위안부 합의'와 최근 아베 정부가 취하고 있는 '보복성 수출 제재'를 드세게 비판했다.

조 감독은 "일본군 성노예 문제는 남과 북만의 문제가 아닌 인류 전체의 문제인 만큼 진보와 보수가 따로 생각하거나 양보나 타협, 합의를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피해자 할머니들이 철저하게 배제된 가운데 체결된 위안부 합의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도 일본은 '적반하장'을 넘어 뻔뻔하게 일본 성노예 문제가 해결됐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라며 "수출 제재 또한 이러한 일본의 태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감독은 끝으로 "일본군 성노예 문제는 여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죽을 때까지 싸워나가겠다"고 했다.

한편, 강 배우와 조 감독은 이날 오후 열리는 본 행사에서 한국과 필리핀 양국의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날 예정이다.


/마닐라=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