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진 사회부 기자

"일꾼교회요. 처음 들어보는데 이 동네에 있나요?"
똥물 사건으로 유명한 동일방직 여성노동조합. 이 조합을 만드는 데 일조한 '미문의 일꾼 교회'를 23일 어렵사리 찾았다. 골목에 숨어 있는 일꾼교회를 찾는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교회 인근 주민들에게 교회 위치를 묻자 되돌아오는 답은 그러했다.

이곳은 인천지역 노동운동의 근원지라고 불릴 정도로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골목에 숨어 있는 일꾼교회를 아는 사람은 몇 없었다. 골목길을 따라 걸어가며 만나는 지역주민들에게 일꾼교회를 아냐고 물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모른다'가 대부분이었다.

일꾼교회는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달 시공사가 정해지면서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화수·화평 일대에서 진행되는 재개발 사업에 일꾼교회도 포함됐다.
일꾼교회는 1961년 산업 전도를 한 목사들이 만들었다. 도시산업선교회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선교 활동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곳으로 초가집 정도의 작은 규모였다. 목사들은 근처 공단들에서 선교 활동을 하면서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을 보고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꾼교회는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노동 문제와 도시빈민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이후 이곳은 노동자들의 사랑방이 됐다. 특히 당시 조화순 목사가 노동자들을 위한 예배를 드리면서 노동자 교회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교회 담당 목사는 그동안 모은 자료들로 노동운동 전시관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시공사 선정 소식에 주춤하고 있는 상태다. 전시관을 만들기 위해 담당 목사는 자신이 갖고 있는 땅을 팔아 돈을 마련했다고 한다.
70년대 노동운동을 하는 이들이 모였던 이곳에 발길이 끊긴 지는 오래다. 인천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하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많이 알려진 곳이라고는 하지만 관심이 끊겨버린 상황이다. 일꾼교회의 상황을 아는 이는 몇 없었다.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하지만 재개발이라는 복잡한 문제에 손쓸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다 나온 해결책은 지역주민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일꾼교회가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몰랐던 지역주민들이 과연 이 일에 나서줄 지는 미지수다. 60년을 함께 지역주민과 동고동락한 일꾼교회를 위해 지역주민들의 목소리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