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민주화운동 근원 '일꾼교회'
60년 역사 불구 재개발사업 포함
노동전시 준비하던 김 목사 좌절
▲ 인천 노동운동의 근원지인 동구 일꾼 교회에서 23일 김도진 담임 목사가 '인천 노동자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1961년 도시산업선교회로 시작해 인천민주화운동 역사가 깃든 일꾼교회는 화수·화평 재개발 지역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노동운동의 산 역사가 숨 쉬는 이곳을 지킨 건 신념 하나뿐이었어요."

23일 오전 인천 동구에 위치한 한 3층 교회. 이 곳에서 만난 김도진 목사는 예배당을 홀로 지키며 근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김 목사의 얼굴과 달리 교회 바로 옆에는 재개발 시공사가 정해졌다는 '환영' 현수막이 펄럭거렸다.

김 목사는 "그동안 모아뒀던 노동운동 흔적들을 전시하고 주민들에게 소개하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961년부터 산업 노동자들을 돕던 동구의 '미문이의일꾼 교회'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화수·화평 일대에서 진행되는 재개발 사업에 일꾼 교회도 포함됐다.

이날 동구에 따르면 지난달 말 '화수·화평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 시공사가 현대건설로 확정됐다. 현재 조합은 현대건설과 계약을 앞둔 상태다.

일꾼 교회는 1961년 산업 전도를 한 목사들이 만들었다. 도시산업선교회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선교 활동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곳으로 초가집 정도의 작은 규모였다. 그러다 몇년 뒤 선교 활동을 하던 목사들은 일꾼 교회를 중심으로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노동 문제와 도시빈민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이로부터 10년이 지난 1971년 조화순 목사가 노동자들과 예배를 하면서 노동자 교회로 이름이 알려졌다. 이후 동일방직 여성 노동조합 설립을 이끌면서 여성 노동운동의 근원지가 됐다.

인천민주화운동센터 관계자는 "산업화 태동기에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했던 노동자들이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장소로 노동자 권리 증진에 많은 기여를 한 곳"이라며 "도시산업선교회에 과거 자료가 많이 수집돼 있어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60년 동안 지역과 함께 한 일꾼 교회를 지키기 위해 구와 지역주민이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꾼 교회에서 노동자 자료집을 집필하며 노동 운동을 펼친 조성혜(민·비례) 인천시의원은 "인천민주화운동 역사가 깃든 곳이 몇 없는데 일꾼교회 마저 사라진다는 말을 듣고선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며 "장소 자체로서 의미와 가치가 있는 만큼 교회 이전이 아닌 지역 주민들이 목소리를 내 보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재실 동구의원은 "김 목사를 도와 방안을 찾고 있다. 구에도 대책이 있는지 담당과에 답변을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