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기는 소리 … 혼을 불어넣습니다"


30여년 전 선생님 권유로 인연·민속국악사서 기술 배워
우리 전통악기 30여가지 제작·연주 … "나무만 보면 설레"



"전통악기 제작은 잔잔하고 청명한 소리를 내기 위한 인고의 과정인 것 같습니다."

임순국(51·사진) 소리국악기 악기장은 23일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아직도 나무만 보면 가슴이 설렙니다. '소리가 잘 나야 할텐데'라고 끊임없이 나무와 대화하고 혼을 불어 넣으며 전통악기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임 악기장이 전통악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너는 손재주가 좋은 것 같다. 악기를 연주하는 것보다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하셨어요. 그래서 1988년 전통악기 제작사인 '민속국악사'에 들어가 제작 기술을 배우다 2000년 성남에 '소리국악기'의 문을 열고 지금까지 버텨오고 있습니다."

가야금은 3~7년 자연건조한 나무를 길고 넓적하게 다듬어 몸통(공명·共鳴)을 만들고 900도로 달군 인두로 지져서 나무결을 살려내는 작업과 안족(雁足·기러기발)을 앉히고, 그 위에 명주실을 꼬아 만든 열두 줄을 하나씩 음높이 순으로 얹은 복잡한 공정을 거쳐 탄생한다.

"가야금 열두 줄은 1년 열두 달을 상징하고 음양(달과 해)의 이치에 맞춰 만듭니다. 그래서 중저음, 자연의 소리를 냅니다. 반면 일본의 전통악기 '고토'와 중국 '고쟁'은 높은 음을 내지요. 제작 방법과 원리 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는 가야금, 거문고, 해금, 아쟁, 대금 등 우리 전통악기 30여 가지를 만들 수 있고 연주도 할 수 있다고 한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대목장(大木匠)이셨습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께서 한옥을 짓는 모습을 보고 자라 나무와 친했고, 손재주도 물려받은 것 같습니다. 악기를 다룰 수 있어야 소리가 좋은지, 나쁜지를, 현줄(絃줄·현악기 낱낱의 줄)이 제대로 조율됐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이영희(국가 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보유자) 선생이 자신이 만든 가야금으로 연주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영희 선생이 제가 만든 악기로 가야금산조를 연주하는 소리를 들었을 때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이 선생은 고 김윤덕 선생의 제자입니다. 김윤덕 선생은 정남희 산조에 가락을 추가해 자신의 이름을 딴 '김윤덕류 산조'를 만든 가야금산조 예능 보유자로 한국 최초로 미국 카네기홀 무대에 올랐던 분입니다."

임순국 악기장은 체험관을 만들어 전통악기 대중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한 사람이 한 개의 전통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날을 꿈 꿉니다. 유치원·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단소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야금, 거문고, 아쟁 등 20여 점을 성남아트센터 세계악기전시관에 기증했습니다. 전통악기를 배우고 싶어도 값이 비싸 포기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품질 좋은 전통악기를 저렴한 가격에 보급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전통악기를 만들고 연주법을 배울 수 있는 공간도 만들고 싶습니다."

/성남=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