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문화유산' 팔미도 등대, 후보추천 없어 언급도 안돼
▲ 옛 팔미도 등대. /인천일보 DB


"어라, 팔미도 등대는 심사에 오르지도 못했네요. 저희도 이제야 알았습니다."

대한민국 1번 등대인 '팔미도 등대'가 우리나라 대표등대에 뽑히지 못한 것은 해양수산부가 아예 후보조차 추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뒤늦게 "우리 잘못이 아니다. 인천해양수산청이 팔미도 등대를 추천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수부 발뺌
해수부는 이달 초 부산에서 열린 제1회 세계항로표지의 날 행사에 맞춰 "우리나라는 역사적 가치가 높고 보존성이 우수한 가덕도 등대를 우리나라 대표등대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해수부는 "국제항로표지협회 내부 사정으로 지난 2월 선정된 우리나라 대표등대를 이제야 발표하게 됐다"며 "팔미도 등대는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아깝게 탈락했고 앞으로 기회가 많은 만큼 내년을 기약해도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원회 회의에서 팔미도 등대는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 2월 개최된 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전국 지방해양수산청으로부터 13개 역사적 가치가 있는 등대가 제출됐지만, 팔미도 등대는 빠졌다.

해수부는 "인천해수청이 후보로 제출하지 않아서 위원회가 심사를 하지 않았다"고 언급했고, 인천해수청은 "직원이 자의적으로 팔미도 등대를 제출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불과 보름 전까지는 "팔미도 등대는 우리나라 대표등대 최종 후보에까지 올랐지만 아깝게 떨어졌다"고 했다. 인천해수청 역시 "별 거 아니다"며 우리나라 대표등대 선정과 그에 따른 위상을 깎아 내렸다.

▲팔미도 등대는 우리나라 1호 등대다
2006년 12월18일, 등대문화유산 제1호로 팔미도 (구)등대가 선정됐다. 앞서 2002년에는 인천시 유형문화재 40호로 지정돼 영구 보존 중이다.

조우성 전 인천시립박물관장은 "팔미도 등대는 우리나라 등대의 상징"이라며 "수도권 접근성, 대한제국과 한국전쟁의 역사성, 프랑스와 미국 기술 도입 등을 고려하면 팔미도 등대가 우리나라 대표등대가 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위원회 7명 위원 중 5명이 참석한 지난 2월의 우리나라 대표등대 선정 회의 당시 A위원은 역사성·학술성에서 가덕도 등대, 접근성에서 울기 등대(울산), 예술성에서 호미곶등대(경북 포항)을 뽑았고, B위원은 가덕도 등대, 호미곶 등대, 어청도 등대(전북 군산)를 추천했다.

"남·북·미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에 맞춘 개방성을 갖춰야 한다", "3·1운동 100주년이라는 점과 건립 당시 시대적 상황을 함축해야 한다"고 위원들이 심사 기준을 언급했지만 팔미도 등대는 해수부가 후보로 제출조차 안 하며 심사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한 위원은 "가덕도 등대는 1909년 12월 점등한 역사성을 유지하고, 서구 근대건축의 도입 과정을 엿볼 수 있어서 역사적·건축사적 가치가 적지 않다"며 "올해의 등대문화유산 우리나라 대표등대는 가덕도 등대로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주영·이순민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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