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유 인하대언론정보학과 4학년

나는 'We Are The Champions' 노래 가사는 알지만, 정작 그 노래를 만든 밴드 '퀸(Queen)'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아침 저녁 등하굣길에서 잠들기 직전까지도 그들의 음악과 함께하고 있다. 전설적인 록 밴드 퀸과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나서 일상에 찾아든 변화다.

"세계는 극장이다(Theatrum mundi)." 세상은 연극이 상연되는 극장이며,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역할을 맡은 배우로서 살아간다는 바로크 시대의 세계관이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마지막 장면인 '라이브 에이드(Live Aid)' 공연을 보면서 문득 이 개념을 떠올렸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프레디 머큐리와 밴드 멤버들은 10만 관중 앞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무대를 선보였다.
만약 정말로 이 세상이 극장이고, 삶은 연극이라면 저들이야말로 온전히 '주연'으로서의 삶을 살았다는 느낌이다. 그중에서도 "내 삶은 내가 정해"라고 말하는 프레디 머큐리의 모습이 참으로 주인공다웠다. 영화가 끝나고 난 후엔 이런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나는 이 연극 속에서 어떤 배역을 맡고 있을까. 단 한 번이라도 주인공으로 존재한 적이 있었던가.

그리 길지 않은 생을 사는 동안 내가 맡은 배역은 생각보다 다양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역할이 한없이 작고 초라해서 느낄 겨를이 없었을 뿐이다. 나열하자면 대학생, 백수, 아르바이트생, 복학생, 취업준비생, 사회 초년생. 이렇게나 많은 역할을 했는데 누구 하나 알아주는 이 없고 나조차도 그 사실을 기억에서 지워버리곤 한다. 주인공이 될 운명은 태어나기도 전에 정해지는 것일까.

평생을 주인공 근처에도 못 간 채 무대 구석에서 바닥만 닦으며 배회하는 귀신처럼 살아갈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글퍼졌다. 'N포 세대'라는 낙인이 불러오는 무력감이 무섭다. 기성세대는 우리에게 말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가슴에서 피어오르는 열정이 없고, 할 줄 아는 건 '포기'밖에 없다고. 우리가 왜 포기를 선택했는 지, 그 사회적 배경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한 채 꾸짖으며 자꾸만 경계 밖으로 내몬다.
사회의 부적응자이면서 아웃사이더인 우리 N포 세대는 과연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한때 아파본 적 없는 사람이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위로를 건네는 건 우리에게 별 도움이 못됐다. 하지만 공항에서 수화물을 나르며 음악인의 꿈을 키우던, 이민자 출신의 아웃사이더 '파록 버시라'가 전설 프레디 머큐리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은 상당한 귀감으로 다가온다.

밴드 퀸은 모든 부적응자를 위해 노래하던 부적응자들이었다. 전설이 되어서도 '내'가 아닌 '우리 모두'가 이 세상의 챔피언이라 말하는 그들의 목소리가 내겐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영화는 끝났지만 세상이라는 극장은 아직 문 닫지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