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덕 북부취재본부 부장

우리나라는 고난의 시대와 전쟁의 아픔으로 산림이 황폐해졌던 시절이 있었다. 1910년 ha당 40여㎥이었던 임목 축적이 60여년이 지난 1972년에 11㎥로 크게 줄었다. 헐벗은 국토를 되살리기 위해 전 국민이 하나가 돼 1973년 치산 녹화 계획을 시작으로 꾸준히 노력했다. 그 결과 산지 자원 계획 5년째인 1992년 임목 축적은 1910년대 수준으로 회복됐다. 국토 사랑의 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551년 동안 훼손되지 않은 채 잘 보전된 곳도 있다. 바로 광릉숲이다. 그러나 보전하고 가꾸지 않으면 재앙이 된다.

이곳은 1468년 조선조 7대 임금인 세조가 죽은 후 능(광릉)을 조성하면서 광릉의 역사가 시작됐다. 일제강점기엔 산림과 임업을 연구하는 시험림과 학술보험림으로 지정돼 보호받았다. 해방 이후 6·25 전쟁을 거치면서도 화재 한번 나지 않았다. 덕분에 2010년 6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2만4465ha)으로 지정됐다.
그런데 최근 광릉숲이 위기에 처했다. 인근 지자체들이 반경 5㎞ 안에 시설물을 짓겠다고 나서면서다.

광릉숲은 행정구역상 포천시(73%), 남양주시(22%), 의정부시(5%)가 면적을 나눠서 보유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73%를 보유한 포천은 고모리 산 2번지 일원(44만㎡)에 1425억원을 들여 섬유·가구와 한류를 접목한 융·복합단지를 2022년 완공 목표로 추진 중이다. 남양주는 부평리 산1-1 일원(59만㎡)에 1260억원을 들여 2022년까지 지역의 분산된 가구공장을 집단화해 가구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타당성 용역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의정부는 장암동에 운영 중인 쓰레기 소각장을 자일동 환경자원센터로 이전해 2023년 12월까지 하루 220t 처리 규모의 시설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그러자 인근 주민들이 머리띠를 둘러매고 단체 행동에 나섰다. 551년을 지켜온 광릉숲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의정부·포천·양주 주민들은 의정부 쓰레기 소각장 이전을 강하게 반대했다. 양주·포천시의회도 반대 입장을 내놨다.
박윤국 포천시장은 지난 16일 지자체 중 가장 먼저 반대 성명서를 냈다. 김영우 국회의원(포천·가평)도 지난 4월 소각장 이전을 반대한 데 이어 18일 산림청장을 만나 광릉숲의 훼손을 막아달라고 전했다.
남양주도 시끄럽다. 진접 가구산업단지 조성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20일부터 집회와 함께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민의 뜻이 담긴 설문조사는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김한정 국회의원(남양주을)도 20일 반대 성명을 내고 주민의 편에 섰다.

그동안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못했던 국립수목원은 지난 5일 광릉숲 보호를 위한 TF팀을 뒤늦게 구성했다. 주민들의 간절한 목소리가 지자체와 정치권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인천일보는 지난 6월부터 광릉숲 인근 지자체의 무분별한 개발 행위를 단독 보도했다. 또 사설과 논평(인천일보 TV) 등을 통해 광릉숲의 잘못된 개발을 지적해왔다. 광릉숲의 보전가치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면 안 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개발 사업을 중단하고 광릉숲의 소중한 유산을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