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환경연구사
▲ 바다방울벌레 /사진제공=국립생물자원관

 

"거기서 뭐 하세요?"
"아! 예…, 방울벌레 아니 귀뚜라미를 좀 잡고 있는데요…."
"…어서 나오세요. 여기는 배 대는 곳입니다."
해양경찰관이 수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가운데 포충망을 들고 어색하게 끌려나온 곳은 인천의 월미도 선착장. 밤중에 바닷가에만 나타나는 바다방울벌레를 채집하다 겪은 일이다. 지금도 당시를 떠올리면 어떻게 그 상황을 잘 설명해야 할 지 참으로 난감하다.
1994년 출판된 한국곤충명집에서 특이한 이름을 발견했다.
'바다방울벌레? 그렇다면 바다에 사는 귀뚜라미?'

곤충은 갑각류와의 경쟁으로 바다에는 거의 살지 않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데 한국산 귀뚜라미 가운데 바다에 사는 종류가 있다니 어떤 녀석인지 참으로 궁금했다. 일본의 자료를 통해 대강의 생김새와 생태를 파악했는데, 날개가 전혀 없는 소형 귀뚜라미로 특이하게 바닷가 방파제에 산다고 했다. 보관된 표본도 없고 1994년 이전 기록도 없어 과연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던 중 2001년 제주도 메뚜기 논문에서 제주 외도동에서 채집된 바다방울벌레 표본 데이터를 확인했다. 그 후 농업진흥청 귀뚜라미 연구과제로 충남 태안에서 바다방울벌레를 채집해 비로소 우리나라의 분포를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당시 태안에서 발견한 바다방울벌레는 기존의 종과 다르게 밝은 등면 무늬가 두드러져 있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우리나라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기록종이었다.

당시 동정 결과는 과제 보고서로만 작성했고 정식으로 발표하지 않아 이후 섬이나 바닷가에 갈 때마다 녀석을 주의 깊게 찾아보곤 했다.
여름에서 가을 사이 바닷가 방파제를 야간에 거닐다보면 어김없이 돌아다니는 바다방울벌레를 만날 수 있다. 처음 보았을 때 날개가 전혀 없고 죽은 게나 갯강구의 사체를 먹는 모습이 집에 나타나는 꼽등이와 비슷해 보였다. 그러나 꼽등이는 발목마디가 4마디, 이 녀석은 발목마디가 3마디로 귀뚜라미 무리가 틀림없었다.
독특한 환경적응에 따라 겉모습이 꼽등이와 비슷해졌을 뿐이었다. 인천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바닷가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에는 최종적으로 바다방울벌레와 무늬바다방울벌레 2종이 살고 있음을 확인해 2010년 정식으로 논문을 발표했다. 그렇지만 이제 겨우 이름과 한국 분포만 밝혔을 뿐, 이들의 생활사나 생태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바다방울벌레 무리는 하와이와 극동아시아를 둘러싼 서태평양 일대에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해수 지역에 한정하여 살아간다. 일본 NHK에서 1970년 처음 이들의 생태를 다큐멘터리에 담았는데, 위험이 닥치면 바닷물로 뛰어들어 5분 이상 잠수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어떻게 귀뚜라미가 바닷가에 적응하게 되었을까? 바다방울벌레는 과연 어디에 알을 낳을까? 어떻게 소금기 많은 곳에서 한살이를 이어갈까? 파도가 들이치면 수위가 높아지는데 방파제가 바닷물에 잠기면 어떻게 살아갈까? 바다방울벌레의 하나하나가 궁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