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DJ'의 좋은 하루 … "맛깔납니다"

매주 금 생방송 진행 … 6년째 활약
"스스로 행복해지니 장사에 도움"




"구리전통시장은 5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곳이지만 다른 시장에 비해 활력이 넘치고, 생생한 삶의 모습이 살아있는 곳입니다. 물건이 싸고, 질도 좋아요. 먹을거리도 풍부하고요. 무엇보다 상인과 방문객이 가족처럼 지낼 정도로 정으로 넘치는 곳입니다."

구리전통시장은 구리시와 남양주시 일대에서 유일하게 전통시장의 맥을 이어가는 곳이다. 이곳은 판만 깔아놔도 장사가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곳에서 딸과 함께 '마마란제리'를 운영하는 김외숙(사진)씨는 68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6년째 상인 DJ로 맹활약 중이다. 김씨는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시장 내 'ICT 보이는 라디오'에서 '상인 DJ 김외숙의 좋은 하루'라는 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60세가 넘은 나이에 DJ라는 걸 할 수 있을까 주저했어요. 그런데 상인회장이 용기를 주며 권해서 시작한 게 벌써 6년째네요. PD로부터 6개월 정도 교육을 받고 상인 DJ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초반에는 떨려서 많이 버벅거렸어요. 제가 직접 선곡이며 진행 멘트도 준비해야 해서 고민과 공부를 많이 해요. 노래도 많이 찾아보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연구하고요."

그는 요즘에도 가끔 대본을 잘못 봐 멘트를 틀리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여유가 생겨서 실수하더라도 '이것이 생방송의 묘미'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단다.

시장 DJ로서 시 행사 등 구리전통시장을 알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스를 꾸려 외부 홍보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그는 상인 DJ로 이름을 알리며 MBC 라디오 '잠깐만'에도 출연해 시장 이야기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맛깔나게 전했다.

김외숙씨는 "DJ는 시장을 위한 봉사 차원에서 하는 일이니까 했지 아마 돈을 받는 일이었으면 절대 못 했을 거예요. 봉사는 조금 서툴고 부족해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DJ를 하면서 스스로가 힐링되는 것이 너무 좋아요. 요새는 방탄소년단, 엑소 등 젊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의 노래도 많이 알게 됐답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시장 상인들도 김씨가 적지 않은 나이에도 DJ 활동을 하는 것 자체를 좋게 봐준다고 한다. 특히 그는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자신의 방송을 즐기며 신청곡을 보내줄 때 큰 즐거움과 보람을 느낀다.

그는 "DJ를 하면서 스스로 행복해지니 장사에도 도움이 됩니다. 웃는 낯으로 손님을 상대하게 되기 때문이죠. 앞으로 시장 '보이는 라디오'가 없어지지 않는 한 계속 DJ를 하고 싶어요. 요새 다들 어렵다고들 하시는데, 저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시장 상인들이나 손님들 모두 욕심을 부리지 말고 주변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구리=심재학 기자 horsepi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