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게 지방자치제 무용론이다. 지방의원들의 비리나 사건, 사고가 터져 나온 뒤에는 대부분 그렇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꾸준히 발전하고 진화해 가는 지방의회들이 있어 감동을 선사한다.

지난 4일부터 15일까지 진행한 화성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는 한마디로 지방의회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시장 측근들의 일감몰아주기와 산하기관 정실인사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비판이 이어졌고 결국 시장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성과를 냈다. 의회는 이 과정에서 1991년 의회 개원 이래 처음으로 별정직과 전문임기제 공무원 5명, 특혜의혹이 일었던 일반인 2명을 행정사무감사 증인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증인출석 요구에 불응했거나 위증논란을 빚은 증인들의 경우 사법기관에 고발될 위기에 처했다.

이처럼 소기의 성과를 얻기까지는 치열했던 의원들의 노력과 성실성이 뒷받침됐다. 대부분 초선의원들로 구성됐던 화성시의원들의 연구열은 제 8대 의회 개원 이후 처음부터 시민들의 관심과 성원을 받은 터였다. 지난달 27일부터 네델란드, 벨기에, 영국 등에서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수원시의회의 국외연수 사례는 '자린고비 연수'로 연일 화제다.

조명자 의장을 비롯 기획경제위와 의원연구단체 소속 시의원 9명, 공무원 3명 등 연수단 13명의 국외연수는 한마디로 궁색하기 이를 데 없었다. 호텔 대신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했고 마트에서 직접 시장을 보아 의원들이 돌아가며 밥을 지어 먹고 설거지도 분담해 해결했다. 총 9박10일 동안 20끼 이상을 숙소에서 밥을 지어 먹었고 단 서너 번만 식당을 이용했다. 관광버스 대신 렌터카를 대여해 스스로 운전하거나 때론 전철을 타면서 비용을 절감했고, 가이드도 별도로 이용하지 않았다. 1인당 약 100여만 원씩의 경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예산보다 연수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하는 바도 그렇다. 돈보다 더 중요한 건 낮은 자세로 접근해 가는 지방의회와 의원들의 진면목이다.
시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며 차곡차곡 쌓아가는 모처럼의 성과와 감동을 계속 이어가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