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논설위원

'살찐 고양이'는 원래 배부른 자본가를 지칭하는 말이다. 1928년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프랭크 켄트의 '정치적 행태'라는 저서에서 처음 등장했다. 1986년 현대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도 이 고양이를 거론했다. "최고 경영진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보상체계는 회사의 잠재력을 갉아먹는다"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월가의 탐욕스러운 은행가와 기업인을 비난하는 말로 널리 사용됐다. 당시 임금 삭감과 구조조정으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월가의 은행가들은 거액의 연봉과 보너스를 챙기는 것은 물론 세제 혜택까지 누린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최고 임금'이라는 개념으로 도입됐다. 3년 전 정의당이 최고임금법을 발의하면서 이른바 '살찐 고양이법'으로 포장했다. 최저 임금을 기준으로, 민간 대기업 임직원은 30배를, 공공기관 임직원은 10배를 초과하는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막자는 것이다.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도 최저임금의 5배를 넘지 못하게 하도록 했다. 그러나 '시장경제에 반한다',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이에 정의당은 방향을 틀었다. 우선 공공부문에서부터 이를 실현키로 했다. 전국 광역의회에 진출해 있는 정의당 의원들이 앞장섰다. 지난 5월 부산에서 맨먼저 '살찐 고양이' 조례가 통과돼 시행에 들어갔다. 전북, 경남, 충남 등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지난 주 경기도의회가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의 연봉 상한선을 정하는 조례를 가결했다. '경기도 공공기관 임원 최고임금에 관한 조례'다. 이 조례는 경기도 산하 공사, 공단 및 출자·출연기관 임원의 연봉을 최저임금 연봉의 7배 이내로 정해 권고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1억4959만4000원이라고 한다. 경기도내 25개 기관 중 경기신용보증재단과 킨텍스, 경기도의료원 대표의 연봉이 감봉 조치에 들어가야 할 판이다.
▶시민들의 반응이 재미있다. "왜 하필 우리 냥이를 비호감 명칭으로 쓰느냐" "연봉 1억5000만원도 많은 것 아니냐" 등이다. 어쨌든 공공부문에 '최고임금제'를 도입한 것은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지금 한국의 상황은 공공부문이 너무 비대해 있어 다이어트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에서는 늘어난 세수를 감당 못해 그 낭비가 심각한 수준이다. 민간기업은 원래 함부로 공돈을 주는 곳이 아니다. 무엇보다 여의도의 의원나리들에게부터 '살찐 고양이' 방울을 달아야 할텐데 한사코 마다할 것이니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