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까지 갤러리 수목원가는길서
1층은 유년기 담은 일러스트 전시
2층엔 공작 모티브로 판타지 작품
▲ 이경미作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사진제공=이경미


"작품을 통해 인간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나의 욕망은 사실 외부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자극들로 변질된 욕망이다."

작가 이경미(46)는 다 큰 어른들의 욕망을 순수한 욕망이 아닌 타인에 의해 변질된 욕망으로 보고 타자의 욕망을 화폭에 담아냈다. 행복했거나 행복하지 않았던 유년시절의 기억과 함께 욕망의 본질을 찾고자하는 어른들을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작가는 개인전 'Adult Fantasy'展을 통해 '우리의 욕망은 언제부터 본질이 달라진 걸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는 인간의 욕망을 아이들의 순수성과 어른들의 변질 속에서 찾았다. 갤러리 '수목원가는길'에 마련된 1층 전시공간에는 욕망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작가의 유년시절이 담긴 일러스트 작품이 걸렸고, 2층 전시공간에는 순수성을 잃어버린 어른들의 욕망에 대한 자세를 표현한 작품이 전시됐다.

이 작가는 "일러스트 작품들은 타인의 욕망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이 가진 순수한 욕구에 집중했다"며 "어린 아이들이 희로애락의 본질 그대로를 느끼고 받아들이는 욕망의 순수성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주요 작품소재인 형형색색의 '공작(孔雀)'은 2층 전시공간을 채우고 있다. 2011년부터 작품활동을 하기 시작한 그의 이전 작품에서도 동물과 자연물은 주요 모티브로 등장한다.

이 작가는 "공작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깃털은 서양인들에게 동양에 대한 판타지를 심어주는 매개체 중 하나였다"며 "일상적으로 느꼈던 아름다움들이 우리에게도 판타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작품 속에서 공작 깃털을 표현하는데 쓰인 강렬한 색채의 마블링 효과는 매우 인상적이다. 작품에 표현된 Fluid Art(플루이드 아트) 기법은 아크릴을 활용할 때 일어나는 발수성 효과를 이용한 것으로 우연의 효과로 얻은 마블링이다. 의도와 상관없이 형성되지만 사실은 작가의 의식과 붓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캔버스 안에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마블 형태를 통해 작가는 나의 욕망이 타인에 의해 변질된 것을 표현했다.

이경미 작가는 "현대사회 구조와 요구로 인간관계에 강박을 갖게 된 현대인들이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욕망을 억누른 채 타인이 원하는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며 "가면 뒤에서 판타지를 꿈꾸는 우리들의 모습을 작품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갤러리 초대전으로 진행되는 'Adult Fantasy'展은 안양예술공원로에 위치한 갤러리 수목원가는길에서 7월 말까지 열린다. 총 25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안상아 기자 asa8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