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호 평택대 상담대학원 교수


최근 도출된 일본의 수출 규제는 국내의 다양한 이슈를 휩쓸어버렸다. 일본은 자신이 원하는 상황을 제대로 연출한 것 같다. 한국을 건드려 보고, 분노하게 하고 교묘한 말투로 빠져 나간다.
염려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국가적 문제를 앞에 두고 여론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호기로 생각하거나 대안도 없이 자기 입장만 정당화하거나, 내적 갈등을 부채질하는 선동가들이다. 이들은 국가와 국민의 안위보다 자기 이익을 추구하고 자기 의견만 옳다고 주장해 국민을 분열시키는 자들이다.

일본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 논쟁이 많다. 반일운동을 함으로써 외교적 관계가 정말 위험에 빠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고,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우리를 정말 우습게 볼 것이라는 관점도 있다. 심각한 것은 그런 운동의 방향과 영향력, 양자를 동시에 실시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것이다. 콘트롤 타워도 없다. 누군가 방송에서 관광을 가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하면 이 시기에 관광을 가는 것은 매국노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일본과 전면전을 해 보자고 하면 우리가 받을 충격을 염려한다.
연유나 표현이 어찌되었건 일본은 우리에게 경제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했다는 느낌도 받는다.

과거 일본 내 갈등을 해소하고자 임진왜란을 일으켰고 시대적 혼잡함을 앞세워 대한제국을 식민통치했다. 그들은 그때처럼 행동하는 것 같다. 그들은 다시 우리를 염탐하고 준비를 하고 도발을 하고 있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과거와 같은 성급한 분노와 내적 갈등이 아니다. 우리는 단합하고, 내부적 감정 소모를 줄이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천천히 분노해야 한다. 한 두 가지 불꽃놀이로 적들을 쳐부술 수는 없다.

우리는 과거를 돌이켜 보며 깊이 분노해야 한다. 다시는 이런 망발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잊지 않고 오래 분노해야 한다.
한국은 늘 위험한 상황에서 기적을 만들어 왔다. 외침에 의해 깊은 분노를 느낄 때 한국인은 서로 단합하고 흥을 드높여 싸우고 불가능하다는 일을 해냈다. 지금이 또 다른 바로 그때이다. 외부의 위협은 또 다른 기적을 만들 자극제일 뿐이다. 진정한 한국의 힘을 보여줄 때다. 국제적 위협조차 성장의 기회로 만드는 기적의 이야기를 써가야 한다.

정부는 한국의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선비다운 자세로 천박한 행동을 대해야 한다. 인재의 나라답게 세계에 기여할 인력 양성을 선포해 보자. 역사 왜곡 사례를 발굴하고 세계에 알리고 미래지향적 역사가를 키워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오래 분노할 수 있다.

정치인은 서로 한계를 밝히고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국민 공동체를 만들고 외부 압박을 활용할 정략을 세워야 한다. 침략과 수탈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외교력도 키워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멋지게 단합할 수 있다.
언론은 우리의 잠재력과 문제점을 뼈 속 깊이 파고드는 분석 기사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대처 과정이 세계적 이야기가 되도록 홍보해야 한다. 살아 있는 글의 힘을 국민과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흥이 난다.

깊이 분노하는 것은 일본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릇된 역사를 자행하고도 후안무치하고 자기 이익을 위해 궤변도 마다하지 않으며, 공존과 평화를 무시하는 모든 행위에 대한 분노여야 한다. 이 분노는 그런 행동들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분노만이 이런 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두려워하고 숨어 지내게 만든다. 위협 앞에서도 신나게 살아갈 때 위협하는 자들은 진정한 분노의 쓴 맛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