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 중 드러난 '굴식 돌방무덤'
수원 발견 고분 중 가장 오래돼
▲ 수원 화성행궁(華城行宮) 2단계 복원사업 중 옛 신풍초등학교 운동장에서 4세기 후반으로 추정된 한성백제 고분이 발견된 가운데 수원시가 신축 건축물 위치 변경과 전시관 건립 등 보존 계획에 돌입했다.사진은 화성행궁과 맞닿은 신풍초운동장 터.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시의 의뢰를 받고 출토현장을 조사한 역사학자들은 전형적인 횡혈식 석실분의 모습으로 봤다. 조성 시기는 백제 한성기(4세기 후반쯤)으로 분석했다. /사진제공=화성사업소


수원시가 과거에 존재했다가 사라진 '수원화성 행궁(行宮)'을 복원하는 사업 과정 중 4~5세기 백제시대 고위층의 것으로 보이는 고분(古墳)이 출토됐다.

해당 고분은 수원지역에서 발견된 고분 중 가장 빠른 시기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와 학계는 학술적 가치가 상당하다 보고, 보존 방안을 물색하고 나섰다.

17일 시 화성사업소와 학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풍동 일대 화성행궁 2단계 복원사업 부지에서 하나의 네모꼴 묘광(墓壙·무덤을 위해 땅을 파놓은 자리)이 나타났다.

묘광의 가장자리는 비교적 잘 다듬어진 돌 여러 겹이 둘러싸였고, 바닥은 평평하게 다져져있었다. 죽은 사람과 같이 무덤에 묻는 물건을 의미하는 '껴묻거리'도 4점이 있었다.

시의 의뢰를 받고 출토현장을 조사한 역사학자들은 전형적인 '횡혈식 석실분(橫穴式石室墳·굴식 돌방무덤)으로 판명했다. 조성 시기는 백제 한성기(4세기 후반쯤)으로 분석했다.

조선 22대 임금 정조가 수원화성 축성과 함께 지은 행궁에서 백제의 무덤이 나온 배경에는 '지형적 변경'이 이유로 지목됐다.

고분에는 최소 고위층이 묻혔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런 결과는 시와 학계 모두를 놀라게 했다. 유적 자체의 중요성도 있지만, 발굴 장소가 수원지역이라는 점 때문이다.

지금까지 수원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고분은 이목동 일대에서 출토된 통일신라시대 '돌덧널무덤'이었다. 이번에 나온 무덤의 역사는 이보다 앞서있다.

학계는 전쟁과 도시개발로 대부분 소실된 백제 고분이 수원에서 나온 것을 놓고 백제시대와 수원의 연관성 증명 등의 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한다.

최병현 숭실대학교 명예교수는 "수원에서 희귀한 고분, 여태껏 제일 오랜 역사의 고분을 찾았다는 의미를 봐야 한다"며 "다만 지형적인 변경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출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발굴조사를 마친 시는 불가피하게 사업계획을 정비하기로 했다. 고증작업과 문화재위원 심의 등을 거쳐 최선의 보존방안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수원에 특히 귀중한 역사유물인 만큼, 보존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잔치 공간 별주(別廚) 건물 터 등 3년 간 발굴조사에서 많은 성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에 확인된 백제 횡혈식 석실분은 모두 70여기로 알려졌다. 수원화성 행궁은 일제강점기 시절 훼손됐다가 지난 1994년 시의 복원이 시작됐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