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칼럼] 지역개발, 지방정부가 주도해야
[자치칼럼] 지역개발, 지방정부가 주도해야
  • 인천일보
  • 승인 2019.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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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택 경기 시흥시장


정부가 1981년에 제정한 택지개발촉진법은 택지 공급 여건을 개선하며 1·2기 신도시 개발에 기여했다. 2014년 개정한 공공주택특별법은 주거에 복지 개념을 더해 더 적극적인 주택 공급을 가능케 했다. 공공주택사업의 근거가 되는 두 법 모두 목적은 동일하다. 공공이 직접 주택을 건설함으로써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공주택으로 내 집 마련을 실현한 이들은 실제로 삶이 나아졌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본래의 목적이 상실됐기 때문이다.

지금의 공공주택지구사업은 지역의 균형 발전보다 정부의 주택 정책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사자인 지역과 주민을 배제하고 정부와 사업 시행자가 계획·주도하는 하향식 공급이 이뤄지다 보니 다양한 주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서민 주거 복지 향상'이라는 목표가 무색할 정도다.
시흥시는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하는 장현·은계·목감·능곡·거모·하중 지구의 6개 국책사업 추진으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먼저 은계지구를 보자. LH가 은계 자족시설용지 내 도시형 공장 입지를 허용함으로써 안전과 환경 문제 등 시민 피해가 고조됐다. 더욱이 광역교통 개선 대책으로 개설하는 국도 42호선 대체 우회도로는 지역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시흥시 문화유산인 호조벌을 관통하도록 설계했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될 장현지구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영구임대주택 주차면 수는 가구당 0.4대로 턱없이 부족하고, 인근에 설치된 송전탑 갈등은 장기화하는 모양새다. 시의 재정 부담은 감당할만한 수준을 넘어섰다. 주차장 부지 매입 비용을 비롯해 복합커뮤니티시설 등 기반시설 조성 비용만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향후 하중·거모지구 개발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우려가 크다. 시흥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택지개발촉진법 제정 이후 가장 많은 택지 개발이 이뤄진 경기도는 주택공급량 과다에 따른 미착공 공공주택 물량이 8만8000가구에 이른다.
LH 미착공 공동주택의 45%를 차지하는데도 정부는 서울 등 주요 지역의 집값 안정을 위해 경기도에 지속적인 공공주택지구를 지정하고 있다.
시흥시는 지난해 10월 정부 공공주택개발사업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고 지방정부협의체 구성, 관련법 개정 등 도내 지방정부와의 연대·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지방정부에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지역이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중첩되는 개발 계획 등을 고려해 지역 맞춤형 공공주택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더욱이 이제 시흥은 52만 시민이 살아가는 대도시다. 도시 규모에 걸맞은 시스템과 장기적인 개발 전략을 구축할 전담 도시개발 조직이 절실하다.
시의 다양한 행정사무를 대행 중인 시흥시 시설관리공단을 '시흥도시공사'로 전환해 지역 개발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때이다. 시가 자체 도시공사를 출범할 경우 그동안 관외로 유출됐던 개발 이익금을 지역에 환원할 수 있다. 환수된 이익금은 기반시설 설치나 낙후지역 개발에 재투자해 시민께 돌려드릴 것이다.
개발과정에서 소외되어온 원주민을 배려하고 시민 편익을 최우선에 둔 개발 계획을 수립하며, 관내 건설 관련 업체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이미 운영 중인 타 지자체의 일부 도시공사가 수익성 저하에 따른 경영 위기 논란을 겪기도 했지만 시흥시는 월곶역세권, 매화산단 배후주거지 도시개발사업을 비롯해 옛 염전지구, 토취장 지구 등 잠재된 개발 수요가 풍부해 수익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공공주택사업에서 지방정부 역할을 강화하고 있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국토부는 지난 5월 '3차 신규택지 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기존 중앙 주도의 1·2기 신도시와 달리 3기 신도시는 지방정부와 함께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후보지로 선정된 남양주시·고양시·부천시 등이 자체 도시공사를 통해 사업시행자로 참여하게 됐고, 경기도 역시 3기 신도시 조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지분 확대에 나서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시흥시도 도시공사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 '즐거운 나의 집'을 꿈꾸는 단 한명의 시민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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