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 인생2막 연 늦깎이 드러머

드럼 배운지 4개월째 '인생 활력'
연륜 묻어난 연주·전문가급 열정
"스트레스 날리고 하루가 즐거워"



음악과 함께 하며 인생 2막을 열어가는 늦깎이 드러머가 있다.

황혼기 드럼에 흠뻑 빠진 시니어 액터 홍순선(68·사진)씨가 그 주인공.

공자가 최종적으로 도달한 성인(聖人)의 경지 이름을 뜻한 종심(從心)을 앞두고 배운 탓인지 홍 할머니의 드럼 연주에는 연륜 만큼이나 무게와 존재감이 묻어난다.

하남시 감북동행정복지센터에서 만난 시니어 드러머 홍씨는 그야말로 '음악가' 같았다. 드럼에 대한 열정 또한 전문가 못지 않다.

"할머니라고 부르지 마세요. 나이도 묻지 마세요"라며 눈웃음 인사를 한 홍씨는 스틱을 바로잡고 연신 드럼을 두들겼다.

"젊은 시절 드럼을 배우고 싶었지만 형편이 어려워 미뤄 왔다"는 그녀는 우연히 주민자치 프로그램의 드럼 아카데미 모집공고를 마주했다고 한다. 그 길로 바로 등록하고 늦깎이 드러머의 길을 걷고 있단다.

"왜 이제야 시작했나 싶다"는 그녀는 "드럼 연주를 하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숨겨져 있던 음악적 감각도 되찾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홍씨의 드럼 실력은 기초 단계다. 드럼을 배운 게 4개월째다. 흘러간 세월만큼이나 리듬감도 들쭉날쭉하면서 드럼을 연주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드럼을 접하면서 인생의 활력을 되찾았다고 한다.

"과거에는 집에만 있어서 집순이라고 불릴 정도였어요. 드럼을 접하고 밖으로 나와 활동을 하다 보니 왜 이제야 시작했나 싶더라고요. 드럼 연주를 하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숨겨져 있던 리듬감도 찾고 있어요."

이는 한사코 거절하던 홍씨가 인터뷰에 응한 이유다.

그녀는 "사실 노후에 할 일이 많지 않다. 일자리도 그렇고, 취미활동도 마찬가지"라며 "저처럼 제2의 인생을 맞이할 수 있도록 시니어 대상 교육프로그램, 일자리가 보다 늘어났으면 한다. 동시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여건과 인식도 한 층 더 성숙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열정과 활기 가득한 생활을 즐기는 홍씨는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은데 나이 든 게 너무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래서 홍씨는 주위에 "취미생활을 하면 달라진다"고 역설하고 나닌다고 했다. 뭐든지 시도해보라는 것이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도전하고, 노력해야 걱정도 사라지고 하루하루가 즐겁워진다고 했다.

인생 2막에 드럼 연주에 도전하며 즐거워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나이라는 숫자는 허수로 보였다.

/하남=이종철 기자 jc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