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없는 의정 국회 빼닮아

판교구청 예정부지 매각 쟁점

광주 도시계획·안산시장 송치

오산 버드파크 조성 여야 충돌

지방선거 정당참여 축소 의견도


생활 정치의 현장인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27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진영논리로 얽혀 있는 국회를 답습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협치 없는 의정활동이 국회를 빼닮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방의회는 민의를 대변하는 대표 기관으로서 조례의 제·개정 및 폐지, 예산의 심의 확정 등 주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즉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나 풀뿌리 민주주의 가치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도내 기초의회가 주민의 편의나 안위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성남시의회는 성남 판교구청 예정부지 매각 안건을 놓고 여·야가 충돌했다. 성남시 중심부에 위치해 고가의 땅으로 평가된 이 부지는 한동안 성남지역 정가의 최대 쟁점이 됐다. 매각해서 첨단산업을 유치하고, 매각 비용으로 학교와 SOC(사회간접자본)를 확충하자는 여당과 졸속 매각은 안 된다는 야당이 팽팽히 맞서 왔다. 결국 민주당 단독으로 안건을 처리해 갈등의 골을 더 깊어지고 있다.

광주시의회 민주당이 상임위에서 부결된 도시계획 일부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 가결한 것을 두고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들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당 소속 시의원은 현재 시의회가 주관하는 행사를 '보이콧'하는 상태다. 광주시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관리지역 규제를 강화하는 개정안을 내놨지만 한국당은 개인 재산권 침해로 반대하고 있다.

오산시의회도 시청사 내 버드파크 조성을 둘러싸고 시의회 내 찬반 주장이 팽팽했다. 반대 측은 조류인플루엔자 우려와 민간업자 배불리기 등을 우려했고, 찬성측은 가족들의 놀이공간을 기대했다. 시의회 야4당이 총궐기대회까지 열며 반발하고 있다.

안산시의회도 경찰이 윤화섭 안산시장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것을 두고 여야간 정쟁으로 치달았다. 도내 다른 기초의회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러한 모습은 여야 정치권이 선거제도 개혁과 사법개혁을 놓고 갈등을 빚으며 파행을 거듭하는 국회와 닮았다.

어렵게 문을 열었던 6월 임시국회가 이번 주에 끝났는데 추경안도 통과되지 않았다. 여야는 서로 방탄 국회라며 공방만 이어가고 있다.

몇 달째 같은 양상의 갈등이 반복되면서 정치적 리더십, 타협의 정치가 완전히 실종된 상황인데, 경제 원탁회의 재개 문제, 청와대의 검찰총장 임명 강행까지 주초부터 갈등 요인은 산적해 있다.
전문가들은 기초의회가 국회를 답습하는 것은 내·외부의 감시와 견제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의 방증이라고 비판한다.

외부적으론 시민사회의 감시가 느슨하고, 내부적으론 통제와 견제가 제대로 안 돼 기초의회가 견제와 감시보다 거수기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에 대한 정당 참여의 범위를 축소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광태 창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지방자치학회 2018 하계학술대회에서 "우리나라는 서구나 일본과 달리 지방 정당은 존재하지 않고 오직 중앙정당만 존재한다"며 "정당 참여가 가지는 장점은 그다지 발현되지 못하지만 지방선거가 중앙정당의 대리선거로 전락하고 공천 비리의 발생과 예산의 낭비를 초래하며 공약의 남발과 지역 정서에 의존하는 폐해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의 저자 정현주씨는 "우리는 날마다 이익집단으로 변질한 정당 정치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정치를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의 민낯을 보며 선거 날짜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린다"며 "그러나 이렇게 소극적인 자세만으로는 주권자로서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