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저임금위원회는 2020년의 최저임금을 8590원으로 결정했다. 2.87% 인상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집단 퇴장과 회의 중단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해마다 갈등과 파행이 반복되면서 국민들은 불안하다. 산업평화와 안정된 노사관계를 위해서 최저임금을 누가 결정할 것인지,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헌법 제31조는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 증진과 적정 임금의 보장에 노력해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은 매년 8월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고용노동부장관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대로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각 9명씩 구성된다.

많은 국가에서 최저임금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모든 선진국에서 실시하는 것은 아니다. 2015년 독일은 최저임금제를 도입했지만, 스위스에서는 2014년 5월18일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최저임금을 시간당 22프랑으로 하자는 국민발안에 대해 투표자의 76.3%가 반대했다. 강제적인 최저임금제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일자리를 파괴해 근로자에게 오히려 불리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스위스는 일부의 칸톤(노엔부르그와 유라)에서 2011년과 2013년에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다. 오스트리아, 덴마크, 핀란드, 이탈리아, 스웨덴 같은 선진국에서도 최저임금제를 실시하지 않는다. 이들 선진국에서 최저임금제를 실시하지 않는 이유를 고려하면 우리의 최저임금제를 운용함에 있어서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지방마다 경제사정이나 생활비가 다른데 똑같은 최저임금을 전국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다. 미국, 일본, 캐나다 등 많은 나라에서 지역별 최저임금을 별도로 실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 최저임금과는 별도로 주 최저임금이 있다. 주 최저임금이 연방 최저임금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지역간 경제와 생활수준의 편차가 큰 경우에 최저임금을 획일적으로 결정하면 경제적으로 취약한 농촌지역이나 저개발지역의 근로자들이 보다 더 큰 피해를 본다. 개발 편차가 큰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최저임금은 지역별로 차등 적용된다.

우리나라에서 지역간 불균형이 항상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최저임금을 지역별로 분권적으로 실시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으면 국가의 최저임금을 결정함에 있어서 대립과 갈등을 상당히 줄일 수 있고 위험도 분산시킬 수 있다. 경제적으로 발전된 지역에서는 국가최저임금보다 높은 지방최저임금을 결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산업분야별로 노동생산성에 큰 차이가 있다. 이에 많은 국가에서 최저임금을 산업분야별로 달리 정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요한 문제는 최저임금의 결정 주체에 관한 것이다. 현행법은 사실상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의 결정 주체이다. 고용부장관이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을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여 민주적 정당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약하다. 또한 근로위원과 사용자위원은 동수이므로 실제 의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공익위원이다. 정부가 공익위원의 인선을 통해 사실상 최저임금을 좌우할 수 있다. 결국 행정부의 뜻대로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국가의 산업과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국민의 일상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최저임금을 국회를 배제하고 행정부에 속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고 바람직한 지가 문제다.

헌법재판소는 텔레비전 시청료를 한국방송공사가 정하도록 규정한 한국방송공사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중요한 사항을 국회가 직접 결정하지 않고 행정부에게 위임하는 것은 법률 유보의 원칙 특히 의회 유보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았다. 텔레비전 시청료보다 훨씬 더 중요한 최저임금을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한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은 헌법상 문제가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브라질, 러시아 등에서 국회가 법률 또는 의결로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있다. 마침 2016년 민주당 측에서, 2018년 야당 측에서 최저임금을 국회가 결정하도록 하는 법률개정을 추진한 적이 있다.
최저임금과 같이 중대한 문제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전문가와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여야 간에 협상과 타협으로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