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삶 살 수 있는 배우, 굉장한 매력"

안양예고 시절 공연 출연으로 첫 발
2년 전 국제뮤지컬페스티벌서 수상
"음악·연기로 관객 인정받고 싶어"




자그마한 체구, 여리디 여린 소녀가 무대 위로 걸어 나왔다. 전주 음악이 흐르자 소녀는 돌변했다. 소녀의 목소리는 공연장을 가득 메웠고 관객들의 귓전과 가슴에 내리 꽂혔다. 뮤지컬 미스사이공 '킴'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무대가 끝나고 객석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안양9동이 낳은 뮤지컬 신예 김도연(21·사진)씨가 주목받고 있다. 관객과 소통하는 뮤지컬 배우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는 "1000번의 오디션에 떨어져도 도전을 두려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음악과 연기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배우로 인정받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씨는 어린 시절부터 동네에서 노래꾼으로 통했다. 무대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노래를 불렀다. 7살 꼬마 손엔 장난감보다 마이크가 쥐어지는 날이 더 많았다. 그는 성악을 배우며 안양시 소년소녀합창단원으로 활약했다. 그러던 중 안양예고의 정기공연 '레미제라블' 출연을 제안받게 되면서 김씨의 뮤지컬 인생이 시작됐다.

그는 "처음 작은 배역을 맡아 무대에 섰는데 여러 캐릭터의 삶을 살 수 있는 배우의 삶이 굉장한 매력으로 다가왔다"며 "첫 공연을 계기로 노래와 연기를 모두 할 수 있는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게 꿈이 됐다"고 말했다.

연기를 배울 수 있는 안양예고에 진학한 김씨는 2년 전인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뮤지컬 배우의 등용문이었던 '2017 DIMF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 출전했다. 뮤지컬 미스사이공에 등장하는 비련의 여주인공 킴 역할을 출중하게 소화해낸 김씨는 중·고등학교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단은 음악을 가지고 놀줄 아는 김도연씨가 곧 킴 자체라고 극찬 세례를 퍼부었다.

김씨는 "검증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출전했던 대회였다"며 "워낙 쟁쟁한 후보들이 많았는데 최우수상을 수상해 무척 기뻤다"고 말했다.

김씨는 단국대 공연영화학부에 진학해 뮤지컬 배우로서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상실감이 무섭고 힘들지만 다른 배우들도 그렇듯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오직 무대에서 노래와 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고 미소지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