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음악치료사

현재 우리나라 발달장애인은 22만명을 넘어선다고 한다. 대부분이 자폐범주성장애(ASD)에 속하는데 장애인 특수교육법에서는 '자폐성장애인은 사회적 상호작용과 커뮤니케이션에 결함이 있고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관심과 활동을 보임으로써 교육적 성취 및 일상생활 적응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의미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결국 사회적 상호작용, 언어 및 비언어적 의사소통, 그리고 상상과 행동에 있어서 문제를 보이는 경우 적어도 두가지 영역에서 주요한 기능적 손상을 가지고 있는 모든 증후군을 망라하는 용어로도 사용되고 있다.

그중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함은 ASD 아동들의 가장 중요한 이슈인데 이는 사회 정서적 관계가 부적절하고 공동 관심이나 사회적 상황 인지에 대한 어려움을 갖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 놀이 기술이 결여돼 있다는 의미이다.
ASD 아동이 음악에 특별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음악치료가 시행되기 시작한 무렵부터 현재까지 연구를 통해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셔윈은 자폐증 소년을 대상으로 시행한 개인별 연구에서 모든 소년이 멜로디를 기억하거나 클래식 음악을 구별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보이며 피아노 연주를 하거나 음악을 듣는 데에도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프로노브스트는 2년 동안 12명의 ASD 아동을 관찰한 결과 이들에게는 다른 환경적 자극보다 음악적 소리에 대한 흥미와 반응이 더 높았다고 한다. 타우트는 시각적인 자극보다 청각적인 자극을 더 선호한다고 했다. 이 외에도 자폐 아동은 언어와 음악 중 음악을 더 선호하며 음악은 효과적인 동기 유발재이자 음악 외적인 것을 배우고 접할 수 있게 해주는 치료 방법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사회 정서적 발달을 위한 음악치료 기법은 기악 재창조 연주와 즉흥연주이다. 기악 재창조 연주는 상호작용 촉진을 위한 필수적인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ASD 아동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보다 사물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므로 이들에게 악기나 음악을 사용해 접촉을 시도할 수 있다. 이때 악기는 아동의 발달 수준을 고려해서 제공해 줘야 한다. 자기자극 행동을 주는 악기보다는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악기를 제공해 줘야 한다.
그룹에서의 기악 재창조 연주는 매우 좋은 사회적 경험이 된다. 이는 자신의 차례에 연주를 수행해 책임감을 갖도록 하며 또한 동료의 연주에는 기다려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칙을 지켜야 성공적인 연주가 되기 때문에 기악 합주 집단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회적 경험이 될 수 있다.
즉흥연주는 ASD 아동에게 언어 대신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며 자신의 음악성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또한 연주를 통해 나의 악기와 다른 사람의 악기 소리를 구분할 수 있게 되면 점차 나와 타인에 대한 인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별히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보이는 ASD 아동은 이러한 즉흥연주 활동을 통해 타인과의 소통을 경험할 수 있으므로 필수적인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집단으로 실시되는 즉흥연주는 일정한 형식을 제공해 주는 것이 좋은데 특히 론도 형식은 일부 구간만 솔로 즉흥연주의 기회를 줌으로써 솔로 연주를 하는 아동에게는 음악적 표현과 자랑의 기회를 줄 수 있다. 또 다른 아동들에게는 타인 인식과 모방 그리고 동기유발의 기회를 줄 수 있도록 하는 효과적인 음악 형식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집단 활동이므로 책임감과 규칙을 경험하게 된다. 자신의 차례가 오면 연주함으로써 책임감을 갖게 되며, 규칙을 지킴으로써 음악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경험해 자연스럽게 사회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음악은 ASD 아동의 잠재된 능력을 발견하고 촉진할 수 있으며 결핍된 기능으로 인한 문제행동을 도울 수 있는 유용한 도구임에 분명하다. 또한 ASD 아동의 심각한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여라는 문제 행동도 반복되는 음악 치료적 경험을 통해 향상될 수 있으므로 음악치료사는 음악의 다양한 기능을 파악해 ASD 아동에게 적절한 음악 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져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