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깬 잠자는 끼...살 맛나는 '多樂방'

 

 

 

 

 

 

 

 


바야흐로 지방자치의 시대다.

자치가 시민을 바꾸고 시민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가 도래했다.

문화 분야에서도 자치가 실현되면서 지역민들이 주체가 돼 지역문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

지역민들이 만들어가는 문화공간이 자리를 잡으면서 지역문화 정착을 위한 기틀이 마련되고 있다.

성장하고 있는 경기도내 대표 지역문화공간을 소개한다.


#마을, 이불 밖으로 나오다-문화공간 섬자리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대부도, 매년 수 십 만명이 다녀가는 국내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그 곳엔 특별한 문화공간이 존재한다. 안산시 상동(대부북동)에 위치한 '섬자리'는 지역민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 문화공간으로 문화예술공동체의 기능을 전담한다.

섬자리의 문화기획자인 박진(36) 대표는 공유하는 문화예술의 정착을 목표로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공연이나 전시 등의 문화를 누리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고민들을 늘 해왔습니다. 학예사로 근무하던 시절, 좀 더 많은 이들이 문화를 누리고 지역에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무언가 해보자는 결단으로 무작정 상동으로 오게 됐지요."

5년 전, 박 대표는 업무 차 상동에 왔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횟집이 즐비한 관광지로만 알았던 대부도는 '사람 사는 곳'이었다.

"지역민들이 관광수입으로 먹고 살다보니 마을이 망가지는 것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더라고요. 소중한 마을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비로소 깨달았죠."

수년 전, 어업을 생계수단으로 살아온 상동 원주민들은 시련을 겪었다.

지역개발로 시화방조제가 들어서면서 형편이 급격한 어려워진 것이다.

박 대표는 상처와 우울감에 빠져있던 지역민들을 위해 문화예술이 소소한 행복이 될 수 있길 바라며 문화공간 섬자리의 문을 열었다. 지금 이곳은 섬자리보다 사랑방으로 통한다.

섬자리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들의 대부분은 지역 연구에 기반을 둔 프로그램이다.

지역민 가운데에서도 가장 낮은 곳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을 내 여성, 다문화가족, 청소년, 청년들을 대상의 우선순위로 정했다.

운신의 폭이 좁은 지역 청년들을 위해 마련된 '청년쌀롱', 이주민 여성들의 커뮤니티 활성화에서 출발한 '포롱섬 이야기', 청소년들이 직접 놀거리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시종유관' 등이 대표 프로그램이다.

청년들의 주도로 운영되는 청년쌀롱에서는 '칵테일 워크숍', '기타로 자기노래 만들기', '막걸리 만들기' 등의 활동이 이뤄진다.

마을살이에 대해 고민하는 청년커뮤니티를 목표로 운영되는 '칵테일 워크숍'은 청년들의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으로 속내를 터놓고 이웃 청년들을 알아갈 수 있도록 만든 기획이다.

각자 본인들의 삶에 대한 얘기에서 영감을 얻어 대상에 어울리는 칵테일을 만드는 형태다.

프로젝트의 3년차부터 운영해 온 기타로 자기노래 만들기와 막걸리 만들기 프로그램은 모두 지역 청년들이 제안한 프로그램이다.

특히 막걸리 만들기 프로그램은 지역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 상동의 지역 경제 활성화에 직접 기여하겠다는 취지가 담겨있다.

모국을 떠나 상동에서 살아가는 이주민 여성들의 커뮤니티 활성화에서 출발한 '포롱섬 이야기'는 마을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은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상동에서 참여율이 가장 떨어지는 이주민 여성과 지역 여성들을 위한 자기표현과 발언을 성취하고자 한 워크숍이다.

또한 프랑스 자수를 매개로 대부도의 생태를 여성의 손으로 직접 도안을 그리고 야생화 자수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지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놀거리가 부족한 마을에 청소년들이 직접 그들의 꺼리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프로그램인 '시종유관'은 대부고등학교 드림사이클 동아리와 청소년들이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고 유의미한 활동을 직접 만들어내는데 초점이 맞춰진 프로그램이다.

시종유관을 통해 '나와 친구'를 알아가고 자신의 꿈을 설계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다.

#마을, 숨을 불어 넣다-관인 플레이그라운드 프로젝트

경기도 포천시의 끝자락, 남보다 북이 가까운 곳. 69.7㎢의 면적 위로 지역주민이라고는 고작 3000명이 전부인 작은 마을, 그 곳 '관인면'에 심상치 않은 변화가 일고 있다.

포천 관인면은 미군 40사단 한국 주둔 당시부터 상업이 번영하던 70년대 초반까지 인구가 1만여 명에 달하며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이후 주변 신도시 개발로 주거와 상업의 중심이 이동하면서 40~50여년 동안 물리적 성장이 멈춘 초고령 지역이 됐다.

관인면은 지역주민들의 대부분이 실향민 또는 그들의 자녀들이 오래 전부터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다.

도시개발과 함께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마을은 점점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대로 쇠락해 가는 마을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던 지역주민들이 하나 둘 뭉치기 시작했다. 관인문화재생연구회 조춘희(63) 회장은 주민들과 손을 잡고 적극적으로 문화재생을 시작했다.

"쇠락하는 마을을 보며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죠. 백방으로 마을을 살리기 위한 방편을 알아보게 됐습니다. 마을의 안타까운 현실이 경기문화재단 북부문화사업단에 전해지면서 관인면에서도 본격적인 문화재생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2016년께 경기문화재단 북부문화사업단은 경기 북부의 쇠락한 지역 중 대상지를 선정해 경기북부형 문화재생 연구를 추진했다.

관인면에 대한 현황파악 및 대상지의 연혁에 대한 연구 조사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2017년 관인플레이그라운드 프로젝트가 결성됐다.

현지 조사와 참여 관찰 방식으로 현지에서 주민과 함께 거주하면서 각종 프로그램과 문화자원 조사가 진행됐다.

주민 공동체인 '관인문화재생연구회'도 이 시기에 결성됐다.

가장 먼저 수행한 작업은 주민들의 고령화로 소실될 가능성이 높은 실향민 1세대들의 구술 생애사 작업이었다.

2018년부터 진행된 지역민들의 생애사 인터뷰를 통해 문화 재생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중이다.

관인면 아카이브 작업의 일환으로 '관인의 얼굴들'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관인의 얼굴들'은 평소 서예와 문인화를 즐겨 그리는 다수의 마을 주민들의 기호에 따라 주민들 스스로가 자화상을 그리는 작업이다.

얼굴에 녹아있는 다양한 이야기와 우리 선조들의 유전자를 기록하는 한편 관인지역을 살아간 주민들의 아카이브 작업이기도 하다.

지난해부터 시범으로 운영된 '관인의 얼굴들' 프로그램은 신진 참여 작가들의 도움을 얻어 순조롭게 진행됐다. 노력의 결실로 지난해 12월 포천시청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주민들이 직접 그린 동양화 자화상과 민화 습작 등 20여점이 전시됐다.

전시회에 작품을 낸 관인면 주민 최병순(66)씨는 "우리 지역에 도움 되는 일이라 보람도 되고 그림을 그리는 작업도 매우 흥미로웠다"며 "지난번에는 자화상을 그렸지만 이번에는 사위를 그려 선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향후 관인면의 문화재생 사업은 영역을 넓혀 관광, 문화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작업들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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