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석 인천시 문화재과장

1883년 인천이 개항됐다. 130년 전 인천 개항장을 기억해 보는 여행 속으로 들어가 본다.
낮은 산이 있었던 해망대산 정상에 1884년 지어진 영국영사관터는 후에 시립예술관으로 사용했으나 6·25전쟁 때 전소됐다. 해망대산의 중턱에 1883년 지어진 인천해관터는 최초의 관세업무를 하던 곳이다. 요즘 오피스텔 신축으로 논란이 된 러시아영사관터는 1903년에 영사관이 들어선 후 체신국 인천해사 출장소로 사용됐다.
1905년 산동회관으로 문을 연 공화춘 터에는 짜장면박물관이 들어섰다.
세관업무를 하던 해관관리관사 택지는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지로 확인돼 근래 표지석이 설치됐다. 청일조계지 경계 계단을 중심으로 좌측은 청, 우측은 일본의 건물과 상가가 조성됐고 인천화교중산중학교에는 청국영사관터와 회의청 건물이 있다. 자유공원은 세창양행 숙사가 있던 자리이며 각국공원, 서공원, 만국공원, 자유공원으로 불렸다. 응봉산 정상에는 존스톤별장이 있었고, 철탑 옆에는 지금도 웃터골 운동장의 알림판 지주석이 남아 있다.

1901년 건축한 제물포구락부는 2층 양관이다. 사교실, 당구대, 도서실이 있는 사교 클럽이었다. 인천시장 관사는 코노다케노스케 별장터가 있던 자리로 당시 건물과 정원이 아름다워 '추전어전(秋田御殿)'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현재의 중구청 건물은 1882년부터 일본영사관으로 사용하다 이사청으로 개편 후 인천부청으로 사용됐었다. 3층의 서양식 건물인 대불호텔터는 1888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한국 최초의 호텔이다. 일본제1은행 인천지점과 인천일본제18은행 지점, 2층 발코니가 특징인 르네상스식 일본제58은행 인천지점 등이 개점했다.
역사문화시설로 재탄생한 아트플랫폼이 있는 자리에는 구 일본우선주식회사 인천지점과 코오리 킨자부로(郡金三郞) 해운업자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군회조점(郡廻漕店)터가 있다. 1884년 독일 마이어(Meyer)상사의 제물포지점으로 설립된 무역상사인 세창양행(世昌洋行)은 1886년 한성주보에 최초로 상업광고가 실렸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개항장의 거리를 걷다보면 보도에 매립 전 해안선 표시를 해놓아서 이채롭다. 1892년 최초의 근대식 화폐가 만들어진 인천전환국터가 있고, 홍예문(虹霓門)은 1908년 완공됐다.
일본인들의 수가 급격히 늘자 만석동 방면으로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홍예문을 뚫었는데 일본인들은 혈문(穴門)이라 불렀다. 1923년 설립된 인천공회당터에서는 현제명의 연주회를 비롯해 박종성의 연주회, 원종철 독창회 등이 개최됐다.

1883년경 세워진 인천감리서터는 일제 강점기에 인천 이사청으로 사용했고 백범 김구 선생은 인천감리서에 두 차례 투옥되었는데 백범이라는 호를 쓴 것도 이때부터였다. 중구청에서는 인천감리서터와 축항거리를 '백범 김구 거리'로 조성해 스토리텔링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884년 월터 타운센드(Walter D. Townsend)가 설립한 담손이방앗간터는 미곡을 판매하고 정미소도 함께 운영했다.
1896년 미곡을 대상으로 하는 쌀 거래소인 인천미두취인소터는 1915년 이후 투기장으로 변하여 개벽지에 "피를 빨아먹는 악마 굴이요, 독소"라고 했다.
1920년의 금파(金波, King Bar)터는 인천 최고의 번화가로 맥주, 양주, 커피와 서양요리를 팔았다. 1909년 지은 상설영화관 표관((瓢館)터가 있고, 인천우체국 건물은 1923년에 신축한 건물로 우체국 건물 중에서 가장 오래 됐다.

신포역사 옆의 인천세관 구 창고와 부속 동은 붉은 벽돌 건물로 좌우 대칭의 균형미를 보여주고 있다. 1895년 설립된 협률사(協律社)는 후에 애관극장으로 변신했다. 애관극장은 1902년 정동에 세워진 협률사보다 7년, 1907년에 개관한 종로의 단성사보다 12년이나 앞선 것이다. 경동에 있는 잇다스페이스 갤러리는 1920년대 소래염전에서 생산된 소금을 보관하던 창고로 건물 안에는 오동나무의 뿌리가 내려와 지탱하고 있다. 인천 답동성당은 1893년 마라발 신부가 축성한 한국 성당 중 가장 오래된 서양식 고딕 성당이다.
격동기 인천을 바라보며 인천인이면 꼭 가보아야 할 개항장에서의 하루는 인천에 대한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장소로서 충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