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자녀양육

"엄마 아빠 이혼할거야."

부모의 이혼은 자녀에게 커다란 충격이다. 죄책감과 버림받았다는 두려움이 지배해 이혼 과정에서 자녀의 보호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혼이라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처한 부모는 자기 자신의 입장이나 욕구와 자녀의 이익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감소되는 양상을 나타낸다. 따라서 이혼을 하더라도 자녀 입장이 간과되지 않도록 법원이 후견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우리나라는 2007년 민법 개정을 기점으로 협의이혼 시 자녀양육에 대한 안내를 처음 시행했다. 재판상 이혼에서 양육안내제도가 도입된 것은 10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인천가정법원은 '자녀양육안내 지침'을 개발해 이혼 절차를 밟는 도중 부부가 자녀에 대해 가져야 할 자세와 양육비와 면접교섭 등 이혼 후 양육과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이혼 부모의 역할

전문가들은 이혼 과정과 이혼으로 생길 변화에 대해 자녀에게 솔직히 설명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부모가 헤어지는 이유와 의미, 앞으로 누구와 살게 될 것인지 등을 적합한 방식으로 이해시키라는 것이다.

부정확하고 왜곡된 정보는 오히려 자녀에게 분노와 우울, 행동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등을 유발하며 부모가 이혼하는 원인은 자신에게 돌리기 쉽다고 조언한다. 따라서 부부가 예전에는 사랑해서 결혼했고 자신이 태어났으며 이후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관계의 변화로 현재 상황에 놓였다는 점을 인지시켜 줄 필요가 있다.

▲양육계획 세우기

이혼으로 부부관계는 종료되더라도 부모 역할은 계속된다. 이혼성립 후 자녀 양육계획을 세울 때 △친권자·양육자 지정 △양육비 △면접교섭권 이라는 세가지 항목을 정해야 한다.

자녀의 재산관리권과 법률행위 대리권을 가지는 친권자와 실제 자녀와 공동생활을 하며 각종 위험으로부터 자녀를 보호하는 양육자를 협의 할 때는 자녀가 느낄 수 있는 물리적 심리적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등 자녀 입장에서 심사숙고 할 필요가 있다.

양육자가 정해졌다면 따로 사는 부모가 자녀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바로 양육비다. 양육비는 자녀의 연령, 수, 부모의 재산 상황 등을 고려해 적정한 금액을 협의하고 지급날짜, 지급액수,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것이 좋다.

따로 사는 부모를 잃어버렸다는 느낌과 공허감을 위로할 수 있는 면접교섭 계획을 수립할 때도 자녀의 자존감을 지켜주고 정서적 안정을 최우선으로 감안해야 한다.


[최복규 인천가정법원 원장의 편지]

부모님 이혼으로고민하는 친구들에게

세상의 많은 것들은 변해요. 부모님은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고 소중한 여러분을 낳았지만 시간이 지나 서로 원하는 것이 달라 갈등이 생겼을 거예요. 계속 싸우기보다 따로 떨어져 사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어요.

부모님이 헤어진다면 여러분 일상도 많은 변화가 생길 수 있어요. 함께 사는 사람이 달라지고 어쩌면 이사를 하고 전학을 가기도 하겠지요. 여러분은 이런 변화들이 반갑지 않을 거예요. 부모님 이혼만으로도 슬픈데 무언가가 달라진다니 많은 걱정과 두려움이 생기겠지요.

여러분 중에 누군가는 부모님의 이혼을 자신 탓으로 돌릴 수 있어요. 그러나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에요. 여러분이 공부를 하지 않아서도, 말썽을 부려서도 아니에요. 부모님을 행복하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요. 이혼은 부모님이 해결할 문제이지 여러분이 책임지거나 해결할 일이 아니랍니다.

어떤 아빠 엄마는 너무 화가 나서 여러분에게 서로를 나쁘게 말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여러분은 부모님에 대한 비난을 들을 필요도, 한쪽 부모의 편이 될 이유도 없어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여러분은 두 분을 모두 사랑해도 괜찮아요.

부모님이 헤어진다 해도 꼭 이것만은 기억하세요. 부모님이 여러분을 언제나 사랑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걸요.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김금희 심리상담센터 소장

"미취학 아이 있다면 상담은 의무 … '어른'스러운 합의를"

협의 이혼이든 재판상 이혼이든 함께 살던 부부가 각자 삶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양육권은 무엇보다 민감한 문제다. 자녀가 있는 부부라면 자신들의 선택으로 아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어른스러운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인천가정법원 상담위원이자 심리상담센터 '사람과 소통 연구소' 소장인 김금희 위원은 "어떤 갈등에도 아이에게 안전지대를 약속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천가정법원에 협의 이혼을 신청한 부부 중 취학 전 아동을 둔 경우라면 이혼 숙려기간 3개월 내 최소 1회 이상 '의무상담'을 진행해야 한다. 가정법원에서 위촉한 가족 상담 분야 전문가 12명이 이를 담당하는데 김금희 위원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의무상담에서 부부가 대화 의지가 있는 상태라면 '심화상담'으로 이어간다. 상대방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방법부터 시작해 불화 원인이 됐던 행동을 수정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하면 80%가 실제 이혼 신청을 취하하기도 했다"며 "이혼까지 생각한 부부가 이렇게 변화할 수 있는 가장 큰 동기부여는 자녀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부부가 이혼을 선택했을 때 무엇보다 필요한 건 '건강한 이혼'이라고 김금희 위원은 설명한다.

김 위원은 또 "엄마, 아빠 역할에 흔들림이 없다는 의지를 아이에게 심어주는 게 첫 번째다. 자녀를 양육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건강한 이혼이 완성된다"며 "미취학 아동 부모들은 대개 20~30대로 충분히 재혼 등 새 출발을 생각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아이를 위해 끊임없이 대화하고 필요하다면 가정 심리 상담 센터를 찾아 도움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끝으로 그는 "양육은 첫째가 아빠를 따른다거나, 둘째는 엄마를 좋아한다고 나누어 사는 것이 아니다"고 전하며 "이혼에서 오는 피로도는 당사자들에 그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