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는 바다와 섬, 국제항만이 있다. 또 세계적 규모의 강화갯벌도 있다. 인천을 모항으로 하는 뱃길은 오래전부터 수도권의 해양 관문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도 수도권에는 이처럼 유구한 해양진출의 역사를 담아낼 해양박물관이 없었다. 이제 비로소 그 오랜 바람이 성사되게 됐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의 건립이 확정된 것이다. 이는 인천만의 경사가 아니다. 충남과 경기 서해지역을 비롯 범수도권이 함께 누릴 수 있는 국립해양박물관이다.

수도권 최초의 국립 해양박물관이 오는 2024년 인천에서 문을 열게 된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건립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서다. 인천해양박물관은 중구 월미도 갑문 매립지에 세워진다. 2023년까지 1170억원을 들여 지상 4층, 건축 연면적 1만6938㎡ 규모로 건립된다.

인천해양박물관은 수도권의 해양문화 수요 충족을 위해 2002년부터 추진됐다. 처음 국립 인천해양과학관 구상이 타당성 조사를 넘지 못함에 따라 인천시 자체사업으로 추진되기도 했다. 2016년 들어 국립 해양박물관으로 사업 성격을 바꿨다.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인천·경기 주민들을 대상으로 100만명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이같은 노력으로 2017년에는 정부의 예타 대상 사업에 포함됐고 건립부지를 마련했던 것이다.
인천시는 인천의 바다 내음이 반영될 수 있도록 '시민과 함께하는 인천해양박물관 건립'을 구상한다고 한다. 내년부터는 해양수산부에 실무자를 파견해 설계부터 개관에 이르기까지 협업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왕에 지으려면 제대로 지어야 한다. 하드웨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양박물관의 콘텐츠다. 바이킹들의 무대였던 북유럽을 비롯 세계의 주요 해양도시들은 각기 특색 있는 해양박물관을 자랑한다. 그래서 그 지역을 여행할 때 빠뜨릴 수 없는 명소가 돼 있다. 이웃 일본만 해도 고베 해양박물관 등은 그 고장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소중한 세금으로 지어지는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이 인천은 물론, 한국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도록 이제부터 더 분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