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찬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

다가오는 7월20일(한국시간 21일)은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지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첫 발을 내디디는 장면은 우리나라에서도 텔레비전을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됐으니 인류사에 한 획을 그은 큰 사건이다. 그 당시 우주 개발은 냉전 체제 아래에서 미국과 소련의 경쟁이 원동력이 된 측면이 크다.
1957년 소련이 먼저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리고 뒤이어 유인 우주비행을 성공시켰다.
이에 충격을 받은 미국은 본격적으로 우주 개발에 뛰어들었다. 1961년 1월 취임한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그해 5월 의회에서 인간이 달에 간다는 아폴로 계획을 선포했다. 초강대국들의 대결 구도 속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미국 항공우주국은 오랜 준비 기간 끝에 1967년부터 1975년까지 아폴로라는 이름으로 총 16대의 우주선을 발사했다.

아폴로 우주선 중에서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가 제일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1968년 12월에 발사된 아폴로 8호가 가슴에 와닿는다. 아폴로 8호에 탑승한 우주인은 달 궤도 진입 후 달 주위를 돌면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인류 최초로 지구가 달 표면 위로 떠오르는 장면을 목도하게 된다. 여기에 큰 감동을 받은 우주인 윌리엄 앤더스는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게 된다. 인류사에 기념비적인 상징이 되는 이른바 달 표면 위에서의 '지구돋이'(earthrise) 사진이다. 갈릴레오나 케플러 같이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오랫동안 관측했던 천문학자들이 이 사진을 봤다면 가슴 벅차오르는 감동으로 감격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1977년 미국 나사에서는 태양계를 탐사하기 위해 무인탐사선 보이저1호를 쏘아 올렸다. 1979년에 목성 근처를 지나며 목성의 위성에도 화산이 존재함을 관측했다. 1981년에는 토성에 접근하여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진 대기층을 분석하고 적도 근처에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바람이 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천왕성과 해왕성 궤도를 통과하고 1990년 명왕성 궤도 부근인 지구로부터 61억㎞ 떨어진 지점에 다다른다. 이때 '코스모스'의 저자로 잘 알려진 물리학자 칼 세이건의 요청에 따라서 보이저1호는 카메라의 방향을 지구 쪽으로 돌려 마지막 사진을 찍었다.
빛으로도 지구까지 도달하는 데에 무려 6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서 찍힌 사진에서 지구는 하나의 화소에도 미치지 못하는 '창백한 푸른 점'으로 보였다. 칼 세이건은 "저 희미하게 빛나는 점은, 우리의 만용이나 자만심 또는 우리가 우주 속의 특별한 존재라는 믿음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라며 "인류가 느끼는 자만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활한 우주 안에서 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이고 그 속에서 싸우며 살아가는 인간 모습이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보이저1호는 원자력 전지로 작동하고 있는데 예상 수명을 훨씬 지난 오늘도 여전히 지구와 교신하고 있다. 2012년 10월 태양계의 경계를 지났으며 발사된 지 41년이 지난 현재 지구로부터 216억㎞ 떨어진 곳에서 시속 6만㎞의 속력으로 날아가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까지의 거리가 4.2광년이니 보이저 1호가 40년 이상을 날아간 거리의 1800배가 넘는다. 광활한 우주에서 멈추지 않는 보이저의 항해는 한없이 작은 존재이지만 끝없이 도전하는 인류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하다.
우주 탐험은 체제 경쟁과 군사 대립의 시대에 크게 발전했고, 거기에 따르는 산업적인 가치 덕분에 지속되고 있을 터이다. 현실적인 이유에서 비롯되었다 하더라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면 생각도 바뀌게 마련이다.
달 위로 떠오르는 지구를 목도하며, 또 태양계 끝자락에서 티끌만한 지구를 바라보면서 인류는 사고의 지평을 한 차원 더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웅장한 자연경관을 보면 누구나 저절로 감탄하듯이 우주 탐험을 소재로 하는 공상과학 영화를 보다가 우주선에서 바라본 지구 모습이 나올 때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설렌다.
G20과 같은 세계 각국 정상들 모임을 우주 정거장에서 하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창밖으로 멀리 보이는 지구를 바라보며 회의를 하다 보면 인류의 평화와 더불어 후손에게 좀 더 살만한 세상을 물려주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