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작가들이 온전히 주인공 되게 … "
▲ 서은주(오른쪽) 로아트 이사장과 아들 이마로씨가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는 아들, 화가로 활동 중
전문적인 아트 매니지먼트 위해 여럿 보호자들과 단체 설립
"삶·예술·지속가능 시스템 필요"



"발달장애 작가들이 예술이나 삶에서 온전히 주인공이 되게 해주고 싶어요. 결국 작가의 삶과 예술, 그리고 지속성. 이 세 가지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죠."

비영리 사단법인 '로아트(RAWART)' 서은주(60) 이사장은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는 작가의 엄마로서 법인 운영의 소신과 비전을 동시에 밝혔다.

'무조건 작가 중심이어야 한다'는 운영철학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로 귀결된다. 서 이사장은 "다만 작가가 온전히 예술로서 활동하는지의 여부와 비장애 청년들과 동등하게 대우 받는지의 여부를 조직 전체가 항상 성찰하는 태도를 가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공지원으로 인해 작가의 예술성이 침해된다면 공공지원에 준하는 지원체계로 재정자립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운영 책임자로서 숙제를 자신에게 던졌다.

군포에서 25년 동안 주단 가게를 운영하며 한복 디자인 일을 해왔다. 현재 화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아들 이마로(26)씨가 생후 30개월에 1급 자폐성 장애진단을 받고부터 모든 삶의 포커스가 아들에게 맞춰졌다. 적합한 학교를 찾아 군포시 대야미동에 있는 둔대초등학교에 입학시키면서 근처에 터를 잡았다. 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결국 한복 일을 접고 갈치저수지 인근에 전원 카페를 차려 매일 자연 안에 살게 했다.

그런 연유로 대야미 마을 공동체안에서 구성원으로 20년을 넘게 지냈다. 그의 굴곡진 삶의 족적은 '어머니', '열정', '사랑'이라는 세 단어에 모두 녹아있다.

'로아트'는 발달장애 작가 보호자들이 지난 2월 공공이나 민관기관에 전적으로 기대지 않고 자립을 통한 전문적인 아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설립했다. 현재 20~30대 발달장애 남녀작가 10명이 소속돼 있다.

대야미역 인근에 전용 창작공간 '대야미 스튜디오'를 마련했다. 서 이사장은 이곳에서 작가들이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도록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작가를 발굴·육성하는 것이 초기 목표라면 궁극적인 비전은 발달장애 작가가 지역사회에 거주하며 스스로 창작스튜디오에서 작품을 하고 그 작품으로 하여금 살아갈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며 이를 목적사업으로 꼽았다. 창작스튜디오와 전시공간을 운영하는 것과 전시, 교육 등 예술 사업의 비중이 가장 크다. 전시도록, 작품집 등 출판이나 장애이해교육 관련 활동부터 국제교류 사업까지 한다.

그는 "발달장애 예술에 대한 편견이나 시선, 그리고 그것들을 구분 짓는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편견으로 인해 사회에서 일어나는 작은 에피소드들에 예술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작은 움직임을 일으키는 단체로 남고싶다"며 차별화된 전략을 내놓았다.

"발달장애 작가는 단기적·일시적으로 예술적 성과를 내기 쉽지 않고 보호자의 역량에 따라 작가 지원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때문에 전 생애에 걸친 작가지원은 필수적이다"고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서 이사장은 "발달장애 작가의 예술 활동을 존중하는 것은 그들의 존재 자체에 대한 존중이기 때문에 그 본질적인 이유를 잘 이해하고 비전 있는 지원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사회와 제도권에 주문했다.

/군포=글·사진 전남식 기자 nscho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