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로 철거 통보 받고
이전하려니 임차료 부담
수원시 보증금지원 '회생'

문맹자 등에게 교육의 기회를 선사해온 수원시 평생학습의 명소가 재개발로 인해 운영상 어려움을 겪었다가 시의 도움으로 회생한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8일 수원시에 따르면 지난 5월 팔달구 매교동 한 건물(면적 290㎡)에 있던 '수원제일평생학교'가 재개발 추진 측으로부터 철거 통보를 받았다.

학교는 당초 재개발에 대비, 새로 짓는 지동주민센터 안으로 이전할 계획이었으나, 공사가 지연됐다. 초등학교 유휴교실 활용 방안 등도 장소 부족으로 실패했다.

다른 건물로 가자니, 비영리 학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임대료였다.

결국 학습자들은 신축 지동주민센터가 들어서는 약 2년 간 장소를 잃을 처지로 내몰렸다.

사정을 접한 시는 학교를 도우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국내 평생학습 지원제도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 당장 지자체의 예산지원부터 선례가 부족한 실정이다.

평소 평생학습에 남다른 철학을 갖고 있던 염태영 수원시장도 안타까워했다. 다행히 집행부가 평생교육 관련 법·조례를 꼼꼼하게 검토하자 지원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났고, 즉시 건물 보증금을 지원했다.

시가 이처럼 노력을 기울인 까닭은 해당 학교의 특수성 때문이다. 1963년 개교한 수원제일평생학교(당시 수원제일야학)는 오랜 세월 '문해(文解) 교육'을 실현했다.

힘든 환경 속 교육을 받지 못한 누구나 이곳에서 공정한 배움(기초·초·중·고·검정고시 과정 등)을 얻었다. 57년 동안 노인, 소년소녀가장, 학교 밖 청소년 등 졸업생은 무려 6000여명.

박영도(60) 학교장은 2017년 '평생교육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세계평생교육 명예의 전당'에 헌정된 인물이다. 국내 6번째 명예의 전당 입성자다.

1995년부터 수원제일평생학교에 몸담은 박 교장은 지역에 평생학습 활성화, 배움 공동체 형성 등에 기여하고 있다. 철저히 비영리로 자신의 재산도 모두 내놓았다.

교육에 매진하고 있는 45명의 교사들도 마찬가지로 보수를 받지 않고 봉사(재능기부)하고 있다.
현재 수원제일평생학교는 인계동 건물 2~3층(면적 198㎡)으로 옮겨 이달 1일부터 다시 교육의 장을 열었다. 3층의 경우 박 교장이 사비로 빌린 것이다.

교통편이 다양해 기존보다 노인층이 접근하기 쉬워졌다. 규모도 전보다 커졌다. 학교와 학습자들은 시에 고마워하고 있다.

이날 초등과정을 배운 한 60대 노인은 "우리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 수원시와 학교에 너무 감사하다. 배워서 행복하다"고 전했다.

박 교장은 "국내 평생학습 체계의 한계에도 시가 적극적으로 도와줘 다행"이라며 "교육은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인 만큼, 사람과 지역을 보고 열심히 교육의 가치를 알리겠다"고 말했다.

김현광 시 교육청소년과장은 "수원은 '2017 유네스코 학습도시상' 수상 등 세계적인 평생학습 도시 만들기에 노력했다"며 "앞으로도 시민의 평생학습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