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고교시절 미술교사였던 고 윤재우(1917~2005) 화백은 전남 강진(康津) 출신으로 고산 윤선도의 13대 손이며 조선후기 대표 문인화가 윤두서의 후손인 분이다. 일본에서 수학 후 미술교육자로 인재양성에 힘을 쏟았고 오지호, 양인옥, 천경자 등과 함께 남도화단 1세대 작가로 이론과 실기를 함께 갖춘 작가로 인정받는 화가이기도 했다.
▶윤 선생께서는 미술시간이 되면 적당한 주제로 상상화를 그리게 하거나 교실 밖에서 사생화를 그리게 하는 대신 세계적인 화가들의 대표작을 천연색 화집을 통해서 보여주시고 자상하게 설명해주신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중에서도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서 아우 테오와의 우애와 화가 폴 고갱과의 애증으로 귀를 자른 이야기 그리고 37세의 나이로 파리 교외 오베르 쉬르 오와즈에서 자살할 때까지의 짧았던 삶을 열정적으로 이야기해 주셨던 기억이 새롭다. 서양화가로 만종을 그린 밀레와 함께 반 고흐를 고교 때부터 알게 된 것은 선생님을 통해서였다.
▶대학 졸업 후 신문사에 입사해 해외여행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명한 미술관을 찾아가 반 고흐의 작품을 직접 보면서 고교시절 윤 선생님의 설명을 되새기며 감상하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이기도 했다. 반 고흐가 새로 태어난 조카를 위해 그린 <꽃 피는 아몬드 나무>, 남프랑스의 햇볕아래의 <해바라기 꽃>, 그리고 자결하기 직전 오베르 마을의 밀밭 위를 나르는 까마귀들을 볼 때마다 윤 선생님의 열정적인 모습이 회상되었다.
▶생전의 반 고흐는 동생 테오의 도움이 없었다면 화가로서의 짧은 일생도 제대로 영위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세상을 떠난 후 반 고흐의 천재성과 극적이었던 짧은 일생은 세계 각국의 수많은 미술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유족들의 작품을 주로 전시하고 있는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은 세계 여러 나라에 있는 단일 작가의 미술관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꼽히고 있고, 그의 작품은 아직도 인상파 화가 중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반 고흐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정여울 작가의 <빈센트, 나의 빈센트> (21세기북스)는 지난 3월 출간 후 1만부가 팔렸고 부산에서는 <빛의 화가들>이 서울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라는 전시회가 우정 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에서 개최중인 반 고흐 전시회를 보고 나오면서 고교시절부터 오늘까지 미술선생님을 통한 반 고흐와의 인연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