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력 낮춘 새 공인구에도 평균 116m로 지난 시즌보다 오히려↑
최다 홈런에 랭커된 선수 9명 중 '유일'





낮아진 공인구 반발력도 최정의 방망이만은 어쩌지 못했다.

올 시즌 최다 홈런 상위 9명 중 지난 시즌보다 평균 비거리가 늘어난 선수는 최정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시즌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심각한 타고투저 현상을 개선하겠다며 공인구 반발력을 낮춘 것을 감안하면 기이한 결과다.

"장타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마음을 비운 것이 비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정은 2일 현재 20홈런으로 팀 동료 로맥(17홈런)을 3개 차로 앞서며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최정의 홈런 20개 중 비거리 120m 이상이 9개다. 비거리 평균은 116.0m로, 지난 시즌 홈런 평균 비거리 115.9m보다 조금 올랐다.

늘어난 거리는 겨우 0.1m에 불과할 뿐이지만 홈런 상위랭커 중 비거리가 늘어난 타자는 최정 뿐이다.

나머지 홈런 상위 랭커의 홈런 평균 비거리는 약 2~5m까지 큰 폭으로 줄었다.

실제 홈런 3위(16개)인 키움 히어로즈의 거포 박병호는 지난해 122.8m에서 올해 118.4m로 4.4m 줄었다.
홈런 6위(13개)인 두산 양의지도 121.96m에서 118.85m로 3.11m 줄었고, 홈런 2위(17개)인 팀 동료 제이미 로맥은 지난 시즌 121.2m에서 119.7m로 1.5m 짧아졌다.

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최정이 "장타 욕심을 버리고, 정확한 타격에 초점을 맞추자 오히려 비거리가 늘어났다"는 평가를 내놨다.

실제, 최정은 올 시즌 배트 무게를 900g에서 880g으로 줄였고, 배트 역시 손가락 마디 한 개 정도를 짧게 쥐고 있다.

이는 '홈런공장 공장장'이라는 타이틀에 집착해 장타를 노리기보다, 단타가 나오더라도 팀에 도움이 되는 타격을 하겠다는 자세다.

이렇게 마음을 비우자 최정은 살아났다.

최정은 초반 슬럼프를 겪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2일 기준으로 올 시즌 80경기에 나와 타율 0.311(12위), 20홈런(1위), 68타점(2위)을 기록, 팀의 선두 질주를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시즌 초반 80경기에서 타율 0.251, 30홈런, 56타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홈런 수는 적지만 타율과 타점은 크게 오른 것이어서 올 시즌 그의 의도대로 타격이 이뤄지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편, KBO는 기존 0.4134∼0.4374이던 공인구의 반발계수 허용 범위를 올 시즌부터 일본프로야구(NPB)와 같은 0.4034∼0.4234로 살짝 낮췄다.

보통 반발계수 0.001을 줄이면 비거리가 20cm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를 대입하면 새 공인구는 약 2~3m 비거리가 줄어드는 효과를 낸다고 볼 수 있다.

공의 반발계수란 공이 다른 물체에 부딪혔을 때 튀는 정도를 말한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