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홍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무역적자가 누적되어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강화되었으며 미·중 무역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보호무역의 효시는 독일의 프리드리히 리스트(1789~1846)에 의해서 주장됐다. 당시 유럽은 영국을 중심으로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 등 고전학파 경제학이 태동할 무렵이었다.
애덤 스미스는 동인도회사의 무역독점을 비판하면서 경제적 자유주의 이론을 주장했다. 당시의 영국은 중상주의 시대로 곡물생산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 수입 곡물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였는데, 리카도는 이 관세장벽 때문에 식비가 오르고, 임금 상승과 생산비 증대가 초래된다고 비판하면서 자유무역이론의 근간인 비교우위론을 주장했다.

한편 독일 경제학자인 리스트는 후발 자본주의국인 독일은 곡물, 철강 등 유치산업을 보호해야 된다는 논리로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했다. 그러나 리스트는 국가 간 산업발전 단계가 대등해지면 다시 자유무역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지금은 독일이 EU의 중심 국가로서 유로존 내 단일 통화를 사용하는 자유무역주의의 최선진 국가가 되어 있다. 반면 영국은 아이러니컬하게도 EU를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 논쟁으로 혼돈을 겪고 있다. 브렉시트는 이웃 EU국가들과 국경을 통제하고 관세를 부과하는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세계 경제는 보호무역을 해소하고 자유무역을 지향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대공황 이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이 결성되었고, 그 후 1995년 자유무역을 위한 세계 기구인 WTO(World Trade Organization) 체제하에 들어서게 됐다. 자유무역에 대한 예외 규정이 많았던 GATT와는 달리 WTO는 법인격을 가진 공식적인 국제무역기구이며 WTO가 제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법적 능력이 부여됐다.

그러나 세계는 WTO 체제 하에서도 자유무역주의에 대한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지 않으며, 여전히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 및 비관세 장벽으로 보호무역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시 양자 간 협정인 FTA(Free Trade Agreement)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이처럼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자국의 취약 산업 보호라는 명분 때문에 근본적으로 없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철강, 조선, 기계, 화학, 전자, 자동차 등 중화학 공업육성 정책도 보호무역 체계 하에서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보호무역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자는 의도는 좋으나 칼날의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보호무역 일변도 정책은 항구적으로 지속될 수는 없다.

미·중 무역전쟁도 궁극적으로는 양국 경제를 공멸시킬 수 있기 때문에 오래 지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보호무역주의는 외국의 수입을 억제하고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여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지만, 상대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함으로 인해 보복관세 부과 등으로 자국의 수출 산업이 역으로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높은 관세 부과로 인해 원자재 수입업자들도 피해를 보고, 자국 내 소비자들의 상품 가격도 높아지는 등 부작용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G20회의에서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협상 타결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이러한 무역전쟁의 완급을 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중 경제상황과 정치적 상황이 맞물려 있어 미·중 무역전쟁이 쉽사리 마무리 될 것 같지도 않다.

지구는 하나의 단일시장이라고 하지만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역 장벽이 더 높아져 가는 것 같다. 자원과 자본이 부족한 한국이 2018년 기준 명목 GDP 11위권, 1인당 GDP 3만2000달러를 넘는 경제적 성과를 이루어낸 것은 자유무역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국제적 무역전쟁의 해결 방안으로 교역국 다변화 등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기초과학 육성, 4차 산업에 대한 집중, 중산층들의 소비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경기 활성화 방안,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북돋을 수 있는 경제정책들이 마련돼야 무역도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