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사회부 기자

7월로 접어들자 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르는 더위가 시작됐다. 재난 같은 폭염으로 힘들었던 지난해를 생각해보면 올해는 좀 나은 것 같지만 여전히 에어컨과 동떨어진 일상은 상상하기 힘들다. 이제는 에어컨 없는 가정집을 찾아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회사와 공공기관을 포함해 심지어 건물 내 엘리베이터에도 에어컨이 설치돼 있을 정도다.
하지만 냉방비 부담이 큰 취약계층에게 에어컨은 무더위를 날려 줄 시원함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인천지역 쪽방촌이나 홀몸노인 가정 중에는 아직까지 선풍기 한 대 만으로 여름을 나는 경우도 있다. 여름만 되면 골목 그늘에 자리를 잡고 부채질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이 눈에 띄는 이유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매년 배분사업을 통해 지역 복지기관 119개소와 협력기관 3개소에 수천만원에서 1억원의 여름나기 지원금을 전달한다.

지원금은 쪽방주민과 거리노숙인, 홀몸노인에게 냉방비와 냉방용품, 의약품, 건강식 등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이들에게는 아이스팩이나 몇 만원 안 되는 냉방비가 겨울철 연탄 한 장 만큼이나 절실하다.
이 같은 '혹서기 취약계층'에는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아이들도 포함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받는 센터 운영 지원금이 워낙 적다보니 맘 놓고 에어컨을 틀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센터는 냉방비 절감을 위해 시간을 정해놓고 에어컨을 가동한다.

지역아동센터는 주로 방과후에 갈 곳 없는 아동들이 모인다. 일종의 보호소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여름방학이 다가오면 아동들이 센터에 머무는 시간은 더욱 길어진다.

지난해 폭염 속에서 힘든 나날을 보낸 지역아동센터의 사정을 지켜 본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과 힘을 합쳐 이달 한 달간 '냉방비 지원 모금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캠페인을 통해 모인 금액은 인천 내 지역아동센터 179개소에 전달된다. 목표액은 총 1억원이며 센터 1개소당 50만원 만 지원받아도 더위가 절정을 이루는 7~8월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다. 올해 최초로 시작한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매년 여름 지역아동센터를 위한 냉방비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에어컨 한 대면 끄떡없다고 생각했던 여름이 먼 이야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혹서기 취약계층에게 관심이 필요한 계절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