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는 투명한 아파트 관리 문화를 정착시킨다는 취지로 2016년부터 입주자대표회의 생중계 장비 지원 사업에 나서 있다. 세금을 들여 생중계에 필요한 장비를 설치해 아파트 주민들이 대표회의가 진행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사업의 취지는 좋지만 현실에서는 그냥 세금만 낭비되는 실정이라고 한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스스로 생중계에 나서지 않는 한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고장이 난 채 방치된 곳도 많다고 한다.

인천시의 '우리 아파트 생생방송 장비 지원 사업'은 2016년 20개 단지에 대한 시범사업으로부터 시작됐다. 이어 2018년 30개 아파트 단지를 추가시키면서 2026년까지 인천 전역의 아파트 단지에 중계장비를 설치키로 했다. 2016년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이 공동주택 회계감사를 벌인 결과 전국 중·대형 아파트 단지 5곳 중 1곳 꼴로 회계비리가 적발된 데 따른 조치들이다.
그러나 인천의 경우 3년이 지났지만 설치된 대부분의 중계장비들이 제 구실을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시의 실태 점검 결과를 보면, 부평구 산곡동 한 단지에서는 장비를 설치한 지 1년도 안돼 무용지물이 돼 있었다. 관리사무소 측은 장비가 계속 고장이 나 몇번이나 수리했지만 이제는 아예 생중계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점검해 보니 장비가 지하에 설치된 관계로 습기 등으로 고장이 잦아 방치된 곳이 많았다고 한다. 여기에는 입주민들에게 회의를 생중계하기를 꺼리는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 측의 소극적인 자세도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천만 해도 시민 중 79%가 공동주택에 사는 주거패턴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 관리의 투명성 여부는 입주민들의 금전적 피해를 넘어 공동체적 삶의 기반인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입주자대표회의 생중계는 아파트 관리의 투명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생중계는 아직 입주자대표회의의 선택사항일 뿐이라고 한다. 인천시는 이같은 제도적 한계들을 충분히 보완해 제 구실을 하는 사업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