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

새벽배송 시장에서의 경쟁이 뜨겁다. 워킹 맘과 1인 가구의 적극적 지지를 받고 있는 새벽배송 서비스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하면서 블루오션에 목마른 유통업체들이 새벽배송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2015년 스타트업인 마켓컬리로부터 시작된 새벽배송 시장에 쿠팡, 이마트, 롯데쇼핑, CJ제일제당 등 대형 유통기업이 가세하고 있다.
새벽배송 서비스의 주요 품목은 신선식품이다. 밤 11시 이전에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 전에 문 앞으로 배송이 완료되는 편리한 서비스가 마트 등 오프라인에서 장 볼 시간적 여유가 없는 맞벌이 가정과 싱글족의 니즈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모바일 기기에 익숙해진 50대 이상 장년층에서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 서비스가 더욱 매력적인 것은 차별적인 상품구색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식재료나 음식을 구입하는 기존의 경로는 마트, 백화점, 재래시장, 외식업체 등 다양하지만 경로별로 상품의 구성이나 품질 차이가 존재한다. 그에 비해 신선식품 배송업체들은 전문 머천다이저(MD)의 선별과정을 통해 다양한 구색의 상품을 기획하고, 산지의 검증된 공급자를 연결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이채로운 쇼핑 경험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러한 특성에 힘입어 새벽배송 시장의 규모는 2015년 100억원에서 2018년 4000억원으로 3년 사이 40배 성장했다. 2018년 우리나라 택배 물량은 25억 상자, 매출액은 5조 6673억원 규모로서 새벽배송 시장의 비중은 7% 정도이지만 올해 새벽배송 매출액은 8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새벽배송은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다소 가격적인 부담이 있지만 늘 분주하고 스트레스가 많으면서도 건강에 관심이 많은 우리 국민들이 이처럼 편리한 서비스를 마다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새벽배송 시장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불편한 마음도 든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새벽배송 서비스가 '피로사회'의 단면을 대변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새벽배송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많은 택배기사들의 밤을 새워서 일을 해야 한다. 특히 새벽배송 업체들은 일반인들을 택배원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쿠팡플렉스의 경우 누구든 자차를 이용해서 원하는 날짜에 새벽배송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 밤새 30~40건의 상품을 배달한 대가로 받는 수당은 3~5만원 정도이지만 학생들이나 직장인, 전업 주부들의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수입이 줄어든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투 잡' 또는 '쓰리 잡'으로서 인기를 끌고 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유연한 형태의 근로 수입원으로서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기능도 있겠지만 '저녁이 있는 삶'을 모토로 제정된 근로시간 제한으로 인해 밤새 일할 자리를 찾는 군상들의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다. 더구나 기존의 택배기사들은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주간에 배송될 화물들이 야간에 일반인들에 의해 배송된다면 자신들의 일감이 부족해질 수 있고 정규직 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이다.
또 다른 이유는 환경적 부하에 대한 부담감이다. 한 새벽배송 업체의 포장비 지출액은 총매출액의 11%를 초과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신선식품의 특성상 내동, 저온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 포장용기와 보냉제가 필수적이며 야채나 과일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중, 삼중의 견고하고 부피가 큰 포장이 이루어진다. 최근 환경적 부하를 줄이기 위해 마트에서는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비해 새백배송 시장에서는 일회용 포장재가 넘쳐난다. 필자가 이따금 새벽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얼마 주문하지 않아도 가슴 높이까지 쌓여있는 포장용기들이다. 이 용기들을 분리하는 것조차 성가신데 사회가 부담해야할 환경비용은 얼마나 클 것인지를 생각해 보면 마음이 불편하기만 하다.
폭발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새벽배송 서비스의 성장추세를 감안할 때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의 경감방안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이미 레드오션으로 변화하고 있는 시장 환경 하에서 새벽배송 업체들이 이러한 비용을 내부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벽배송 시장의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하여 관계당국의 현명한 정책적 접근이 적기에 이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