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경 논설위원

1953년 7월 정전협정이 맺어진 판문점은 한반도 분단의 상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30일 오후 이 곳을 찾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측에서 김 위원장과 기념촬영도 했다. 처음으로 현직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땅을 밟은 것이다. 6·25전쟁 후 지금까지 69년 동안 긴장과 갈등의 관계를 계속해 온 두 나라의 지도자가 역사의 현장에서 만났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징성이 크다. 이날 두 정상의 만남이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 되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지 스쳐가는 한 순간의 쇼로 끝날지는 앞으로 펼쳐질 한반도 정세가 판가름해 줄 것이다.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냉전의 유물같은 판문점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은 황해도 연백평야 한쪽 조그마한 마을로 '널빤지로 만든 문'이란 뜻이 담겨 '널문리'로 불린다. 이곳은 보잘 것 없는 시골 마을이었으나 6·25전쟁 이듬해부터 시작된 휴전 회담장소가 만들어지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초 휴전 회담장소는 한국전쟁 전 분단선인 38도 선상에 있는 개성이었으나 남북 간에 잦은 충돌과 중립성 문제로 우여곡절 끝에 널문리로 옮겨왔다. '판문점'은 마을 이름을 중국식으로 표기한 '판문'에 가게를 뜻하는 '점'이 붙으면서 회담장 명칭이 됐다. ▶판문점을 방문한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가 처음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많은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과 인접한 비무장지대(DMZ)를 찾아 남북 대치 상황을 둘러봤다.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DMZ를 찾은 사람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다. 이후 빌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 DMZ를 다녀갔다. '아버지 부시'인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도 현직 대통령 자격은 아니었지만 레이건 정부 시절 부통령으로서 DMZ를 방문했다. 빌 클린턴은 DMZ를 "지구상에서 가장 무서운 곳"이라고 말했다. ▶이번 '세기의 만남'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했다. 하지만 주인공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었다. 모든 초점이 북미 정상 회동에만 맞춰져 있었다. 문 대통령의 역할은 미미했다. 회동 주선자에 그친 느낌이다. 집주인이 나그네에게 안방을 내주고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였다. 북한 비핵화의 최종 목표는 한반도 평화이며 주체는 남과 북이다. 문 대통령은 북미 회동의 촉진자 역할로 끝나서는 안 된다. 북한으로부터 오지랖 넓은 중재자란 대접을 받아서는 더욱 안 된다.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가는 주체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