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의 이해와 요구에 따라 행동하는 생활정치의 현장인 기초의회가 진영논리로 얽혀 있는 국회를 닮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동네 일꾼'의 위상은 온데간데없고 정쟁만 일삼는 의회로 변질되고 있어서다.

최근 성남 판교구청 예정부지 매각 안건을 놓고 여·야 간 충돌을 빚은 성남시의회가 또 대립하고 있다. 다수당인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판교구청 예정부지 매각과 관련한 '공유재산 관리계획변경안'의 본회의 처리를 위해 '원포인트 임시회'를 오는 5일 열겠다는 소집요구서를 제출했으나 의사일정을 결정하는 운영위원장(자유한국당)이 운영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원포인트 임시회에 합의한 사실이 없다며 민주당이 안건 처리를 강행할 경우 실력행사에 나서겠다고 밝혀 물리적 충돌도 우려된다. 앞서 성남시의회는 시세 8000억원을 웃도는 판교구청 예정부지 매각 안건 처리를 놓고 파행을 빚다 여·야 의원들 간 폭력사태까지 빚었다. 성남시의회는 지난 민선시절에도 구태를 보인 바 있어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3년에는 도시개발공사 설립을 놓고 파행을 겪어 예산마저 해를 넘겼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시절이었던 2017년 고등학교 무상교복지원 사업을 놓고 야당의원들이 무기명투표를 고집하면서 반대에 부딪혀 4차례나 무산됐다. 결국 반대 의원 명단을 공개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구청사 부지 매각, 무상교복 지원, 도시개발공사 설립 등이 여·야 간 충돌까지 가야할 사안인지 의문이다.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나 풀뿌리 민주주의 가치에 충실해야 할 기초의회가 진영논리로 주민의 편의나 안위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국회가 정쟁으로 파행을 걷더라도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았던 것은 지방자치의 힘이다. 하지만 지방자치의 주춧돌인 기초의회가 '국회 닮아가기'에 매진한다면 지방자치에 대한 희망은 사라진다. 지방자치 25년이 다되가는 지금도 지방의회 무용론이 거론되는 빌미를 지방의회 의원들이 제공한 셈이다. 기초의회가 올곧게 서야 민주주의도 자기 걸음을 걸을 수 있다. 진영논리가 아닌 가치중심의 생활정치를 구현하는 기초의회로 성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