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현만 공단소방서장, 숲해설사 자격증 활용 힐링교육 앞장
소방서 내 동·식물 터전 마련에 이어 정기적 숲 체험 시간도
▲ 숲해설사 추현만 공단소방서장.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에 자리 잡은 공단소방서. 소방서 뒤편에는 형형색색 잔뜩 핀 꽃들과 소방서 직원들이 가꾸는 텃밭이 있다.

텃밭 옆에는 동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공원에서 호랑이를 사육했던 공단소방서 직원이 관리하는 닭장도 있다.

수십 마리 닭들이 모여 있는 이 닭장은 소방서에 안전체험을 하러 오는 어린이 손님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자연을 방불케 하는 이런 텃밭과 닭장이 마련된 데는 지난해 4월 부임한 추현만(57) 공단소방서장의 영향이 컸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 자연과 친숙한 추 서장은 이 같은 감성을 업무와 연결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약 5년 전 숲해설사 자격증을 딴 것도 이런 취지다.

"5년 전 서울 숲 연구소 교육기관을 1년 동안 다녀 자격증을 땄습니다. 그 뒤 서구에 있는 소방학교로 발령 났는데 교육 받으러 온 직원이 주변 산을 보고 힐링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 숲을 이용한 힐링교육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숲과 함께하는 마음의 여유'라는 교육 과목을 만들었죠."

이후 공단소방서로 발령 받은 추 서장은 힐링 교육을 멈추지 않았다. 신규 직원들은 숲 체험을 꼭 거친다.
해설은 물론 그가 맡는다. 의용소방대원들에게도 직접 숲 해설을 제공한다.

지난해는 인천대공원과 업무협약을 맺어 1년에 4차례 직원들이 숲에서 힐링 시간을 갖도록 했다.

이처럼 추 서장이 힐링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소방'이라는 직업 특성 때문이다.

"구급대에서 일할 때였어요. 부평 한 공사장에서 어린 두 형제가 공사장에서 놀다가 덤프에 깔려 죽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참혹했어요. 현장에 온 부모가 거의 미쳐서 공사장을 막 뛰어다녔죠. 저는 신앙의 도움으로 다행히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진 않았지만 지금도 가끔 툭툭 그 때 생각이 납니다.구조 구급대원들은 이처럼 참혹한 장면에 노출되기 때문에 치유가 필요합니다. 숲체험을 통해 어린 시절 마음껏 웃으며 뛰놀던 그런 체험과 기억을 되찾아 주고 있습니다. 동시에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며 삶의 위안을 얻을 수도 있죠."

공단소방서 1층은 은은한 커피향이 나는 카페로 탈바꿈했다. 복도 곳곳에는 아름다운 사진들이 걸려 있고 벽면의 밝고 따스한 색채가 마음의 위안을 준다.

"119 신고 전화 중에는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픈 사례들도 많습니다. 마음의 불을 꺼달라는 신고도 있었죠. 저희들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사례라 안타깝습니다. 그런 분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게끔 기관 간 협업 시스템 마련도 시급합니다."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