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남석 인천 연수구청장

태풍 '쁘라삐룬(PRAPIROON)'과 함께 시작한 민선7기가 한 해를 넘겼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취임식도 없이 시작한 첫 날처럼 쉴 틈 없는 1년이었다. 행정의 최우선 과제가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이라 생각하면 민선7기는 태풍이라는 예방주사를 맞고 시작한 셈이다.

▲GTX-B노선을 통해 본 미래 연수
오는 8월 예비타당성조사 완료가 예상되는 GTX-B노선은 연수구를 세계의 관문도시로 이을 동아줄 같은 사업이다. 수도권 주민들이 GTX를 타고 모여들 그날을 위해 연수구는 원도심과 신도심이 조화롭게 융합된 미래 첨단도시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GTX-B노선은 한겨울 거리서명에 나선 35만 구민의 열망과 노력으로 지켜낸 사업이기도 하다. 5조9000억원이 투입되는 대역사인 만큼 6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예타가 완료되면 이제 공은 다시 지자체로 넘어온다. 조기착공을 위한 더욱 탄탄한 지자체 간 협조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구민 교통주권 확보를 위한 제언
700여명의 송도 주민들의 서울 출퇴근 수단으로 사용되던 광역급행버스 2개 노선이 적자로 운행을 중단한 지 2달이 가까워 온다. 연수구는 곧바로 구민 사과와 함께 면허권 이양을 받아서라도 구가 직접 노선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대중교통 문제는 권한이나 시스템에 앞서 주민의 교통주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초기엔 정부나 대광위와 작은 입장차가 있었지만 인천시의 공개입찰을 통해 빠르면 9~10월 고급형 e버스 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 역시 송도신도시 내 순환버스(마을버스)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M버스 2층버스 도입도 검토 중이다. 여기에 향후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구의회 도움으로 지원근거 마련을 위한 관련조례도 통과된 상태다.

▲결단이 필요한 송도유원지의 꿈
송도유원지는 인천사람 누구에게나 추억의 공간이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으며 폐쇄와 재개장을 거듭했고 1980년대 초까지 호황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소음과 분진, 불법건축물 등으로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해 중고차수출단지 이전 움직임이 일면서 80%에 가까운 물동량 누수로 인한 지역경제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마지막 매듭을 풀지 못하고 있다. 기초단체나 기관들 간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한 상황이다. 송도유원지는 이미 연수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원도심과 신도심를 이어주는 인천의 허파 같은 역할을 할 공간이라 인천시의 고민도 깊어 보인다. 연수구는 수인선 17개 역 중 마지막 남은 역사인 송도역사의 완전한 복원을 위해 노력중이다. 송도역을 출발해 시립박물관과 송도유원지를 넘어 송도국제도시로 이어지는 연수구의 미래 벨트를 열어가는 열쇠사업이다. 송도유원지에 대한 현명한 결단이 필요한 때다.

▲아직 끝나지 않은 악취와의 전쟁
민선7기 시작과 함께 주어진 첫 과제가 악취문제였다. 폭염 속 악취근원지 추적을 위해 청장실에서 밤을 새운 날도 여럿이다. 악취는 짧은 시간 바람을 타고 넓은 구역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열악한 장비로는 원인 파악이 쉽질 않았다. 24시간 종합상황실과 민·관협의체, 악취개선 모니터링 등을 통해 악취발생원을 파악하고 지난해 일부 관리상 문제점을 보완했다. 하지만 악취 민원이 7월과 8월에 집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악취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올들어 격자법 측정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배출구와 수면 등의 오염원을 대상으로 복합 악취측정도 시작했다. 주요 민원 유형인 가스냄새 추적을 위한 실시간 장비도 도입했다. 인천보건환경연구원 도움으로 분석 결과값에 대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한 분석차량을 송도에 투입해 운영 중이다.

▲진정한 현장행정을 위한 약속
구청장으로 다시 돌아 온 후 첫 약속은 구민 중심의 주민자치를 현장에서 함께 구현해 내겠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처음으로 현장형 주민참여예산을 도입했고 새해엔 13개 동 행정복지센터를 일주일씩 돌며 구민들의 희망과 애환을 가슴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민선5기 시절 어렵게 이뤄냈다가 잠시 소홀해진 사업들도 하나 둘씩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현안에 대한 지나치게 적극적인 대처가 주변의 오해를 불러온 경우도 있었다. 모두 새로운 연수구의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과정들이다. 바둑기사들의 복기(復棋)는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다시 한 번 민선7기 초심을 되새기며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구청장의 길을 다짐해 본다. 연수구의 변화는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