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시계 '아스트롤라베' 재해석·1781년 제작
국보 2032호 지정 … 경기 실학박물관 특별전 기획
▲ 국가보물 2032호로 지정된 혼개통헌의(渾蓋通憲儀)의 앞면 모습/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국가보물 2032호로 지정된 혼개통헌의(渾蓋通憲儀)의 뒷면 모습.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후기 천문시계 '혼개통헌의(渾蓋通憲儀)'가 국가보물 2032호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18세기 조선에서 제작된 천체 관측 기구인 '혼개통헌의'를 26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은 2009년 10월 개관에 앞서 실학 유물 수집 과정에서 혼개통헌의를 故 전상운 교수에게 기증받았다.

1930년대에 일본으로 반출됐던 혼개통헌의는 2007년 故 전상운 교수에 의해 환수된 조선 후기 천문시계다.

혼개통헌의는 2002년 일본 시가현 오오미하치만시의 토기야(磨谷)가 일본 동아천문학회 이사장인 야부 야스오에게 검토를 의뢰하면서 세상에 공개됐다. 토기야는 1930년경 대구에서 정미소를 운영했던 조부에게서 당시 한국인 손님으로부터 쌀과 맞바꾼 혼개통헌의를 물려받았던 것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자 토기야는 혼개통헌의를 판매할 목적으로 감정 의뢰를 맡겼고 동아시아 전통 천문학의 권위자인 미야지마 카즈히코 교수에게 물건이 전해졌다.

미야지마 교수는 소장자에게 한국의 유물이니 한국으로 다시 보낼 것을 제안했고 한국 과학사 연구 1호인이자 미야지마 교수와 친분이 있던 故 전상운 교수가 이를 환수하게 된 것이다.

보물 제2032호 혼개통헌의는 중국을 통해 전해 내려온 서양의 천문시계인 '아스트롤라베'를 실학자 유금(柳琴)이 조선식으로 해석해 1781년(정조11년)에 만든 과학기구다.

별 위치와 시간을 알려주는 원방형 모체판과 별을 관측하는 지점을 가르쳐주는 T자형 성좌판으로 구성돼 있다.

아스트롤라베는 이슬람에서 사용되다 유럽으로 전해졌으며 어느 방향이나 위치에서도 방향과 시간을 계산을 해낼 수 있었던 휴대용 천문기구로 유럽인들이 주로 사용해 왔다. 아스트롤라베는 서양 선교사에 의해 중국에 소개됐고 이때부터 혼개통헌의라는 이름으로 불려졌다. 이를 본 유금은 혼개통헌의를 한국으로 들여와 구리를 이용해 한양 위도에 맞춘 혼개통헌의를 제작하면서 현재 모습의 혼개통헌의로 전해지게 됐다.

실학박물관은 개관 10주년과 혼개통헌의 보물지정을 기념한 특별전을 기획중이다.

특별 전시에서는 혼개통헌의를 비롯한 혼천의, 자명종, 천리경, 방성도 등 실제 유물들을 통해 실학시대의 과학문물과 홍대용, 박지원, 박제가 등 신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실학자들을 소개한다. 관련 전문가를 초빙해 조선 후기 과학문물에 담긴 실천적인 지식을 재조명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특히 기존에 상설 전시에서 볼 수 있었던 복제유물이 아닌 원유물이 공개돼 주목된다.

국가보물로 지정된 혼개통헌의 등은 10월23일부터 내년 2월28일까지 실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실학박물관, 과학 소장품전'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