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일본은 자타가 공인하는 철도 선진국이다. 1872년 도쿄(東京) 신바시(新橋)에서 요코하마(橫浜)를 연결하는 철도가 개통된 후 2만㎞에 달하는 철도로 일본열도 4개 섬을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다. 1964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개통된 도쿄-오사카(大阪)간의 고속열차는 시속 200㎞로 시작하여 점차 속도가 빨라져서 이제는 300㎞에 육박한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북해도의 하코다테(函館)에서 삿포로(札幌)간의 신칸센 노선이 완공되면 60여년 만에 일본열도가 고속철도로 연결되어 일일생활권으로 접어든다. ▶일본여행을 할 때 필자는 가급적 철도를 이용한다. 고속으로 달리는 신칸센에 탑승하여 안락하고 정확하고 편리하며 친절한 일본철도를 체험하는 것은 즐거움과 부러움이 교차되는 체험이기도 하다. 특히 차내 방송은 여행의 품격을 느끼게 한다. 대부분의 경우 일어와 영어로 차내 방송을 하지만 한국과 중국인 승객이 많은 큐슈(九州) 신칸센에서는 한국어와 중국어 안내방송도 나온다. ▶일본어와 영어 차내 방송은 정확한 표준어를 구사하는 여성들이 맡고 있는데 영어는 영국 여성이 맡고 있다. 미국식 발음보다는 또박또박 발음하는 영국 여성을 고용하여 전국적으로 안내방송을 맡기는 JR(일본철도)의 배려가 철도 선진국의 품격을 높이는 것이다. 일본철도뿐 아니라 프랑스 국철 SNCF나 독일의 DB도 차내 안내방송은 표준어를 쓰는 성우같은 사람들에게 맡긴다. 하루에도 수백만 명이 듣는 안내방송이 언어생활에 미치는 중차대한 영향력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코레일에서는 기존 성우가 맡았던 열차내 안내방송을 TTS(보이스웨어)로 교체하여 방송을 계속하고 있다. 필자가 자주 이용하는 1호선에서도 어색한 음성과 음양의 여성 안내방송이 계속되고 있고 특히 한국어로 된 역 이름을 영어방송을 할 때는 부정확하고 어색하다. 다양한 연령층의 승객들도 인공음성으로 듣는 안내방송에 거부감이 느껴진다는 반응들이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영철도의 안내방송을 예산을 절약하겠다고 부정확한 발음에 어색한 억양의 인공음성으로 교체한 지 일 년이 지났다. 다른 나라 같으면 승객들의 항의로 하루도 계속하지 못했을 열차내의 인공음성이 1호선뿐 아니라 전국 모든 열차에서 승객들의 청각을 혼탁하게 하며 특히 자라나는 세대의 언어감각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성우들이 안내방송을 하는 서울 지하철처럼 코레일에서도 승객들이 아름답고 정확한 표준어를 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