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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이혼을 생각하는 부부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혼을 법적 결정이나 판단으로 끝나는 단일 사건으로 인식하기 쉽지만 실제 이혼은 일련의 단계를 거치는 복잡한 과정이다.

전문가들은 이혼이 더 나은 미래의 삶을 위해 헤어진다는 선택의 의미에서 '건강한 이혼'을 핵심 명제로 설명한다. 혼인관계의 해체 과정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이후 독립된 개체로서 우뚝 설 수 있는지 여부가 달려있다.

인천가정법원은 '건강한 이혼'으로 이끄는 상담 프로그램과 지침 안내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가정법원에서 발간한 건강한 이혼의 과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상실을 인식하기
건강한 이혼이란 배우자를 상실한 것에 대한 슬픔을 표현하고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관계에 대한 꿈과 희망의 단절을 인정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애도가 없는 상실은 이전 배우자와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자신을 되찾기

결혼 생활에서 맺어왔던 관계로부터 자신을 분리하고 새로운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는 단계가 바로 '자아 찾기'다. 즉 '우리'에서 '나'로 옮겨가는 절차다. 전 배우자와 관계를 형성하기 전에 자신이 가졌던 강점에 대해 기억하는 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믿을 수 있는 친구나 가족들에게 조언을 구해도 좋다.

이외 전문가의 상담이 감정을 정리하는데 길잡이가 될 수 있다. 현재 인천가정법원에 근무 중인 판사 12명과 조정위원 55명, 상담위원 72명, 가사조사관 12명이 이런 역할을 맡고 있다.

▲분노감정 해결하기

별거나 이혼은 여러 해 동안 영향을 미치는 감정들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전 배우자를 만나거나 그들의 근황을 들을 때는 감정적 회상이나 고통마저 가져온다.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건강한 방법으로 화와 분노를 다스리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본노가 언제까지고 유지될 때 부정적인 말이나 행동으로 자녀과 가족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계의 변화 다루기

전 배우자와 엮여 형성됐던 친지나 친구, 자신의 가족과 전 배우자의 가족과의 관계에서 큰 변화가 일어난다. 이혼과 동시에 친밀했던 관계가 종료될 수 있고 더 나아가 다른 대인관계에서 위축감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변화에 당황하기보다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거나 이전과 다른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재정상태 점검하기

이혼으로 비롯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바로 재정상태다. 당장 수입이 달라지고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던 이는 새롭게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먼저 현재의 경제력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장래 생활비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따질 필요가 있다. 한부모가정,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등 정부지원 정보를 수집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혼 이후의 삶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 '건강한 이혼'이 필요하다. 새로운 출발과 역할을 시도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용기를 발견하고 독신으로서 만족스러운 삶을 창조하는데 가능한 에너지를 쏟자.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박주은 인천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실장
"도망치려고 이혼해선 안돼 … 재혼 역시 충분히 준비해야"


"준비 없는 이혼은 부작용을 낳습니다. 경제적, 심리적 독립과 자녀 양육 계획이 뒷받침 돼야 합니다."

이혼 절차가 마무리 되면 부부의 법적관계는 끊어지지만 자녀 양육과 친인척, 심리적 문제 등은 지속된다. 당사자들에게는 애증과 아쉬움, 분노, 막막함 같은 감정이 앙금으로 남을 수 있다.

박주은(사진) 인천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실장은 이 같은 상황을 대처할 준비가 됐을 때 '건강한 이혼'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순간의 감정으로 이혼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실제 가사조정위원회에서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이혼을 결정했다가 자녀 양육 등을 고민하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이혼하고 싶은 마음과 실질적으로 이혼하는 행위는 다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혼할 준비가 돼 있는 지 스스로 확인하고 계획을 세운 뒤 이혼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죠. 이혼을 선택하기에 앞서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제3자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입니다. 두 사람이 같이 살아가기 위한 기술이나 방법을 터득하면 관계가 개선될 수 있거든요."

각종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이혼인구 중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부모와 자녀관계는 유지해야 하는 셈이다. 자녀를 직접 키우지 않아도 양육비를 지원 의무를 다해야 하는 것 또한 같은 이유에서다. 이에 자녀가 성장할 때까지 부모가 협력적 역할을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혼 당사자들이 친권과 양육권을 분리하더라도 부모 역할은 계속됩니다. 자녀에게도 부모의 도움과 지원을 받을 의무가 있기 때문이죠. 특히 입학식이나 졸업식, 수능 등의 큰 이벤트가 있는 시기에는 부모가 필요해요. 이혼 후에도 서로 유연하게 자녀의 양육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혼은 성평등과도 연결된다. 부부가 가사분담을 하면서 성역할을 명확히 구분해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의 경우 가족 분야 성평등 지수가 낮은 편이다.

"부부가 이혼을 고민하기 전에 갈등을 풀도록 지역에서 성평등 인지 캠페인을 펼쳐 예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있지만 가사노동은 여성이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짙죠."

박 실장은 이혼 후에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대한 강박 때문에 쉽게 재혼을 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이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이혼을 하게 되면 가족을 새롭게 구성하고자 재혼을 결정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정상적인 가족의 범주 안에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죠. 자녀 양육 문제나 심리적인 갈등과 앙금이 해소된 후에 재혼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