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셋 달린 솥은 '삼권분립'

 

▲ 다리가 셋(三) 달린 솥(鼎)은 삼정三鼎이라 하여 삼권분립을 알리는 글자다. /그림=소헌

 

우리는 '솥'과 함께 살아왔다. 솥은 밥을 짓거나 국 따위를 끓이는 그릇으로서 역사, 정치, 종교, 의술 등 한민족의 시원始原으로부터 생사고락을 나눈 기막힌 사연이 있다. 부족이 이동하거나 가정이 이사할 때 가장 먼저 옮기는 것이 솥이다.

요즘에 흔히 볼 수 있는 솥단지는 예전에는 가보 1호로 칠 정도로 귀한 물건이었다. 평화로운 삶을 영위할 때는 말할 것도 없지만, 전쟁이 나서 피난을 가려면 가장 먼저 챙겨야 했다. 여인네는 이고 남정네는 메거나 하며 무거운 가마솥을 끙끙대며 가지고 갔던 것이다.

솥은 고대 국가에서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제기로서 솥의 크기는 그 나라의 국력을 상징했다. 그래서 왕위를 정조鼎祚라 하고 나라의 기운을 정운鼎運이라고 한다. 경복궁 근정전에 세운 삼족정三足鼎에는 항상 민생을 챙기라는 교훈을 담았는데, 백성들이 배부르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정리삼년(鼎離三年) '솥 떼어놓고 3년'이라는 4자속담이다. 솥단지까지 떼어 놓고 이사 갈 준비를 한 지 3년이나 되었다는 뜻이니, 일처리를 하는데 오랫동안 결정을 짓지 못하고 망설이며 질질 끌고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지금 국회의 행태가 아니고 무엇이랴.

▲鼎 정 [솥 / 점괘 / 존귀하다]
①다리가 셋, 귀가 둘 달린 솥이며 '삼공의 자리'라는 뜻이 있다. 안정과 협력을 상징한다. ②큰 솥으로 신에게 바칠 음식을 담았고, 나라가 위급할 때는 점을 치기도 했다. ③부수이지만 복잡하여 다른 글자와 같이 쓸 때는 간략하게 貝(패)로 대신한다. 敗(패할 패)는 적의 솥을 깨뜨렸다는 뜻이다.

 

▲離 리 [떼어놓다 / 떠나다 / 갈라지다]
①까다로운 글자 (떠날 리)는 (머리 두) 凶(몸 흉) (발자국 유)가 합쳐져 이루어졌다. ②새장 안에 갇혔던 새의 머리()와 몸(凶)은 날아가고 발자국()만 남겨 놓았다. ③모였다가 다시 무리를 지어 떠나는(리) 새(추)를 보면 마치 이별(離別)의 서러움을 느끼게 된다.

정권의 상징은 솥(鼎정)이다. 봉건시대에 새로운 임금이 등극하면 어명을 솥에 새겼는데 그것은 곧 법률이 되었다. 현대 국가에서는 권력의 남용을 막고 자유로운 정치를 보장하기 위하여 통치권을 입법, 사법, 행정이라는 독립된 세 기관이 나누어 맡고 있다. 이를 삼권분립三權分立이라고 하며 다른 말로는 '삼정三鼎'이라고 한다. 숫자 '3'은 완벽함을 뜻한다.

솥은 음식을 하는 가장 근본적인 도구다. 그럼으로써 고른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으니,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평公平과 통한다. 인민人民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입법立法기관인 국회는 솥의 다리 셋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수개월 만에 국회정상화를 바랐지만 급기야 거대 야당의 불참선언으로 파행되고 말았다. 어른 말씀 틀린 것이 하나 없다. "일 안하고 밖으로 싸돌아다니는 놈은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려 놓아야 한다."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