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급증에 한국어학급 5배 늘어
다문화 학생들은 '국제결혼 가정의 국내출생 자녀', '국제결혼 가정의 국외출생 자녀', '외국인 가정 자녀' 등으로 나뉜다. '국제결혼 가정의 국내출생 자녀'의 경우 피부색은 달라도 한국말이 가능하다. 차별적인 시선만 빼면 학교 적응에 큰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국제결혼 가정의 국외출생 자녀', '외국인 가정 자녀'들이다. 대부분 한국어가 서툴다. 공교육에 진입해도 수업 진도부터 친구 사귀기까지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고려인 중심으로 다문화 급증 … 한국어 수업도 확대

25일 연수구에 따르면 현재 함박마을에 거주하는 고려인은 3200여명이다. 인근까지 합치면 모두 6000~7000여명이 연수구 원도심에 살고 있다. 외모는 한국인과 똑같지만 외국 국적자다. 이들은 함박마을이 일자리 많은 남동산단과도 가깝고 월세도 싸 터를 잡기 시작했다. 연수구가 작년 말 조사한 '고려인 실태 조사'를 보면 가족 동거 비율이 94.7%로 아이들 비중이 높다.

반면 아이 열에 아홉은 한국어에 능숙하지 않다. 몇 년 전까지 고려인을 포함한 다문화 학생은 함박마을 인근 문남초에서 소화되고 있었다. 지난해 기준 문남초 전교생 589명 중 20%인 120여명이 다문화 학생이다. 해가 갈수록 함박마을에 외국인 숫자가 늘면서 바로 옆 빌라촌으로 세가 확대되고 있다. 함박초까지 다문화 학생이 급증한 이유다.

연수구 관계자는 "고려인 동포들은 한국어를 잘 못해 의사소통에 애를 먹는다"며 "고려인 중에서도 5000여명만 외국인 등록이 돼 있고 1000여명 정도는 제도권 밖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한국어 학급을 전년보다 5배 가까이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다문화 학생이 많은 학교 10개교를 선정해 한국어 학급 10개를 운영했지만 현재 33개교, 49학급이다. 한국어 학급 대상은 한국어와 학교·한국 문화 적응 지원이 필요한 다문화 학생이다. 주 10시간 내에서 한국어교육과정(KSL)을 지원한다. 해당 예산은 학교 당 2000만원에서 1억원까지로 올해 전체 예산은 12억8500만원이다.

▲다문화 학교 현장, 세계화를 위한 또 다른 기회

주부 김선정(39)씨는 아들이 재학 중인 초등학교에 다문화 학생이 100명을 넘어서자 고민이 깊다. 그는 부평역 남부역 사거리 근처에서 10여년째 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중국인부터 미얀마 난민까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이주해 다문화 거리가 구축된 동네다.

그는 "신혼집으로 이곳을 선택할 때와 달리 지금은 온통 중국 음식점 아니면 동남아 음식점이다. 애들 학원은 찾아보기도 힘들다"며 "난민 친구들에 동남아 친구들까지 학교에 다문화 학생들이 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선 '이사 가야겠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어른들의 이런 반감이 아이들에게 투영되는 만큼, 학교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이해하는 장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함박초 전경자 교감은 "다문화 학교가 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모범 사례가 나오기 전까지 이런 불신은 계속될 것"이라며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학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학교 경우 고려인 등 러시아어권 학생이 많아 간단한 인사말이나 의사 표현 정도는 아이들이 러시아어로 할 줄 안다. 다문화 학생 수가 학교에서 24%가 넘기 때문에 대화가 불편하면 몸짓을 해가며 서로를 이해하려고도 한다. 세계화 시대 속에 값진 경험"이라며 "자신이 속해 있던 문화만을 인정하며 살기보다 다른 문화를 인정하고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에서 다른 문화에 대한 가치관과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회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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