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경기본사사회부 기자

'이청득심(以聽得心)'. 귀를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란다. 말을 듣지 않으면 상대방 생각도, 원하는 바도, 아무것도 모른다. 우리는 경청하는 법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경청하는 법'을 가르치는 경우도 드물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의 관계로 빗대보자. 지자체는 무수히 많은 정책이나 사업을 만들고 시행한다. 당연 시민은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지자체가 시민에게 "이렇게 하겠다"며 묻는 경우는 드물다. "이렇게 했다"는 식의 통보가 대부분이다. 결국 자신의 요구와 맞지 않는 시민은 불만을 품기 마련이다. 뒤늦게 공청회를 거치면서 행정력이 낭비되고, 정책·사업이 중단되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다.

수원시에서 벌어진 일이 빛나는 이유다. 최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버스종사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예상되는 문제를 각계각층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버스회사·노조·시민단체·전문가로 이뤄진 패널, 시민 등 100여명이 시의 부름에 응해 주 52시간제 근무제에 대한 심정을 털어놨다. 시가 마련한 모바일 채팅방에도 200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버스정책 변화에 정작 이용자인 시민은 논의할 기회조차 없다"는 염태영 수원시장의 판단이 단초가 된 이 현장은 셀 수 없는 의견을 밖으로 꺼냈다. 즉석 투표도 진행됐다. 염 시장은 사전에 서울 출장 후 일부러 버스를 타고 돌아오며 시민의 이야기를 직접 청취하기도 했다.

앞서 영통구청에서도 비슷한 장이 열렸다. 시민 100여명이 한군데서 열띤 토론을 열고 '마을에 필요한 사업'을 찾았다. 사전 설문조사와 전자 투표도 했다. 대표적 직접민주주의인 '란츠게마인데'와 비슷한 유형이다. 란츠게마인데는 수원에서 2017년부터 꾸준히 활용되는 시스템이다. '직업계고 학생 취업률 발전방향 토론회', '자치분권 정책토론회', '참시민 토론회', '청소년 학습권 보장 토론회' 등등. 올해 수원에서 열린 토론만 해도 세기가 어렵다. 여기다 각종 협력기구까지 더하면 시민 의견이 수원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시민 의견이 100% 반영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시가 시민의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했다는 사실 하나는 변하지 않는다. 뭐든지 먼저 경청하려는 노력, 시민이 진정 원하는 지자체의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