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사회문제로 떠올라
'지역최초' 초기진단비부터 치료 등 지원조례 제정

지난해 10월 인천시 부평구 부개동 한 아파트에서 흉기를 휘둘러 어머니를 살해하고 여동생을 다치게 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조현병을 앓았던 이 남성은 "범행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지난달 18일에는 남동구에서 50대 조현병 환자가 이웃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려고 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 환자는 앞서 3차례 병원에 입원했지만 2017년부터 제대로 치료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증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부평구가 정신질환자 치료와 자립을 돕는 조례를 마련했다. 초기 진단부터 치료, 취업까지 아우르는 조례가 제정된 건 인천에서 처음이다. 정신질환 등록자가 추정 환자 수의 10분의 1에 그치는 상황에서 지자체 차원의 관리 체계를 갖추려는 시도로 보인다.

부평구의회는 최근 정례회 본회의에서 '정신질환자 치료 및 자립 등에 관한 조례' 제정안이 원안 가결됐다고 24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환연(삼산2동·부개2·3동)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조례안은 정신질환자 지원 규정을 담고 있다. 초기 진단비와 상담·약물 치료비, 응급입원비뿐 아니라 취업 자립 촉진비를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김 의원은 "정신질환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지만 국가나 지자체가 적극 관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예고된 비극"이라며 "정신질환은 지속적인 관리가 요구되는 만큼 치료부터 자립까지 포괄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중증 정신질환자를 전체 인구의 1% 정도로 본다. 부평구 인구 51만8940명(5월 말 기준)에 단순 적용하면 5189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부평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등록자 수는 536명에 그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올 초 '정신질환자 범죄의 예방 및 감소를 위한 지역사회 내 관리방안' 보고서에서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가 지역사회에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정신장애범죄인들은 범죄자이기 이전에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라고 지적했다.

인천 10개 군·구 가운데 정신질환자 치료와 자립을 포함한 지원 조례를 제정한 건 부평구가 처음이다. 계양구가 2017년부터 '정신질환자 의료비 지원에 관한 조례'를 시행하고 있지만, 치료비와 응급입원비만 해당된다.

부평구 관계자는 "지원 대상자가 정신건강센터에 등록되면 제도권에서 증상을 관리하는 길도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