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경 논설위원

"이달 말로 지난 37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 합니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사회 초년생과 같은 마음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 합니다.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며칠 전 경찰에 몸담고 있는 선배로부터 받은 장문의 문자 메시지 일부다. 우리 경제를 떠받쳐왔던 베이비부머 세대(1955년~1963년생). 올해는 59년생들이 은퇴를 한다. "시원 섭섭하다." 정년을 맞은 선배들의 한결같은 소감이다. 직장인에게 정년은 무엇일까? '고생 끝 행복시작', 아니면 '또다른 고행의 시작'. 떠나고 싶을 때 훌쩍 떠날 수 있는 자유, 여유로운 일상. 직장인이면 누구나 갖는 퇴직 후 로망이다. 치열한 젊은 시절을 뒤로 하고 건강하고 풍요로운 노후를 맞이하는 것은 누구나 갖는 인생의 최종 목표이기도 하다. ▶영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는 정년이란 말이 사라진지 오래다. 영국은 지난 2011년 일정한 나이(당시 65세)가 되면 무조건 직장에서 나가야 하는 일괄 정년제도를 법으로 금지하면서 정년이 없어졌다. 일을 할 수 있는 건강을 갖췄는데도 일정 나이가 됐다는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게 하는 것은 하나의 차별이라는 논리가 법 제정의 배경이 됐다. 풍부한 경험이 있는 활동 가능한 중장년을 무조건 사회에서 퇴출시키는 것은 개인은 물론 국가경제적으로도 손실이라는 실질적인 이유도 작용했다. ▶정부가 고령화 대책으로 정년연장을 넘어 정년폐지까지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선은 노년 퇴직자를 재고용하거나 연장 고용하는 기업에 세제혜택이나 비용 일부 지원등의 인센티브를 제공, 기업에서 자발적으로 노년층을 끌어안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후에는 65세 정년연장을 공론화 한다는 계획이다. 길게는 정년폐지 카드까지 고려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생산인구가 줄어들어 정년이 지난 노년이라도 생산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때가 곧 닥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나이를 이유로 고용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생산성이란 것이 있다. 일반적으로 나이와 생산성은 반비례한다. 근로자는 50세를 넘어서면서부터 생산성이 떨어지기 시작, 정년이 되면 급격하게 하락한다고 한다. 노년의 근로자가 생산성이 훨씬 높은 청년근로자와 똑같은 경제적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현실적이다. 고령사회에 노년층을 위한 정년 연장도 좋은 대책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년 퇴직자들이 적은 임금이라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다. 정년 퇴직자 대부분은 지금 새롭게 하고 싶은 일보다는 자신들의 경륜을 살려 잘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