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폭력 신고자의 권리 보장해야
[사설] 성폭력 신고자의 권리 보장해야
  • 인천일보
  • 승인 201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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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를 세상에 폭로하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시작된 지 어느새 1년이 지났다. 지난해 1월 29일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에 자신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올리면서 촉발된 미투운동은 조직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최근 고용노동부에서 운영하는 직장내 성희롱 익명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건수는 모두 717건에 이른다. 이 중 경기지역은 144건(20.2%)이다. 이들 신고건수를 살펴보니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

성폭력이나 성희롱은 과거에는 수치심 등의 이유로 공개하기 꺼렸던 사안이었으나 지금은 당당하게 익명보다 실명으로 신고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미투 운동' 이후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지와 함께 피해자들의 사회적 인식이 바뀐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월부터 지난 3월까지 1년 동안 신고센터에 신고된 717건 중 423건은 피해자가 실명을 드러내고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전체 신고의 59.1%에 달하는 수치로 절반 이상이다. 신고센터 관계자도 피해자들의 당당함에 놀라워한다. 성희롱 피해 사실에 대해 침묵하지 않겠다는 사회적인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또 하나는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로 보복 등 2차 피해를 막자는 피해자들의 의지가 강하다.

이렇게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우리사회는 성폭력 피해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며 그들의 당당함에 지지의사를 표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의 당당함 이면에는 우리사회 법과 제도의 미흡함이 숨어있다. 현재 국회에서 미투 관련법안이 145개나 발의됐으나 이들 중 35개만 겨우 개정됐고 국회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거대물결은 시민의 용기에서 시작됐다.
시민들의 용기에 힘을 북돋아야 할 기득권 사회는 아직까지 미투를 안주삼아 조롱하고 있다. 최근에도 경기지역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서도 성희롱 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뿌리깊게 우리사회에 박혀 있는 직장 내 성폭력은 허술한 법과 제도를 피해 은밀하게 여성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제 좀 더 과감하고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 가해자는 처벌하고 피해자는 권리를 보장받는 그런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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