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문주란이 일깨운 교훈 
[교육칼럼] 문주란이 일깨운 교훈 
  • 인천일보
  • 승인 201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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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진 지혜공유학교 꿈터장

2015년 3월1일 학교를 개교하면서 입학식을 삼일절인 공휴일에 실시했다. 학교에 입학하는 자녀의 입학식에 학부모를 초대해 함께 축하하는 행사를 가졌다. 학급별로 두 줄의 좌석을 배치하고 자녀 옆에 학부모가 않도록 했다. 뒤쪽에는 350여석의 좌석을 마련해 자녀 옆에 앉지 못하는 학부모와 조부모의 좌석을 마련했다. 오후 2시에 시작된 입학식은 좌석을 채우고도 모자라 뒤쪽과 양옆에 서서 입학식에 참석하는 분들이 많았다.
어떤 가족은 학부모와 친가·외가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참석해 2시간30분 동안의 식이 진행되는 동안 20~30분씩 번갈아가면서 손자의 옆 좌석에 앉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뭉클했다.

입학식에 교육부 장관이 참석한 사례도 처음이었다. 장관은 "이렇게 많은 축하객이 참석한 것도 처음"이라며 축사를 했다.
부모가 모두 직장을 가지고 있는 요즈음 한두 명인 자녀의 입학식에 참석해 축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자녀의 입학식과 졸업식에 참석하는 부모는 눈치 보지 않고 직장에서 공무휴가를 주는 제도적인 장치는 없을까 생각해 본다.

입학식이 끝나고 3월의 어느 날 한 학부모가 꿈 터(교장실)를 방문했다. 양손에는 화초가 심어진 화분 3개가 들려 있었다.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문주란으로 어렵게 샀다는 말씀과 함께 잘 키워서 꽃을 피워달라고 부탁했다. 3개의 화분을 교무실과 행정실, 꿈 터에서 한 개씩 키우도록 배분했다.
문주란을 꿈 터에서 가장 양지바른 장소에 놓고 애지중지 정성을 다하여 키웠다. 2017년 10월 어느 날 분갈이를 위해 3개의 문주란 화분을 화단으로 가져왔다. 너무나도 다른 3개의 화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출발은 같았지만 2년 8개월이 지난 지금 성장에 큰 차이를 보인 것이다. 꿈 터의 문주란은 꿈을 먹고 자라서 그런지 분갈이가 필요했다. 다른 한 개의 문주란은 3년 전과 비교해 성장이 멈추어 있었다. 또 한 개의 문주란은 줄기와 잎이 사라지고 뿌리만 남아서 애절한 하소연을 보내고 있었다.
3개의 화분을 놓고 사진을 찍은 다음 밖에 놓아두었는데 어느 날 가보니 뿌리만 남아있던 문주란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소나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자초지종을 물으니 담당하는 분이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뿌리를 버리고 소나무를 심었단다. 문주란을 선물한 학부모의 얼굴이 떠올라 당장 뿌리를 찾아 다시 심어 문주란의 뿌리는 화분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문주란은 다년생 상록 초본으로 1m이상 자라는 열대성 해안식물이다. 천연기념물 19호로 1962년 지정됐다. 제주도 토끼섬에 군락지로 자생하고 있으며, 문주란 자체는 천연기념물이 아니어서 가정에서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지난해 2월 정년을 맞이하면서 정성을 들여 3년 동안 키웠던 문주란을 들고 꿈 터를 나섰다. 그리고 거실의 햇볕이 가장 잘 드는 장소에 두고 애정과 사랑으로 보살폈더니 드디어 올 4월에 꽃대를 올리고 꽃을 피웠다.
문주란은 꽃을 피워 향기로 코를, 화사한 꽃으로 눈을 그리고 꿀을 생산하여 미각을 행복하게 했다. 문주란을 선물한 학부모에게 전화를 했더니 반가워하면서 우리 집은 아직도 꽃을 피우지 못했는데 교장 선생님 댁에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면서 덕담을 주었다. 그러면서 그렇잖아도 문주란이 궁금하여 학교를 방문하고 싶었다며 나머지 두 문주란도 잘 성장하고 있냐고 반문했다. 가슴이 뜨끔했다. 문주란을 보고 느낄 실망감에 도리어 방문하지 않는 것이 감사한 일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오늘 거실에는 한 개의 꽃대에서 22개 꽃을 피운 문주란이 남긴 한 알의 열매가 붉게 익어서 떨어져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려고 한다. 문주란이 나에게 일깨운 교훈은 아무리 좋은 인재를 학교에 입학시켜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면 성장을 멈추게 하거나 오히려 퇴보시킨다는 자연의 섭리였다. 문주란을 학생들이라고 생각하면 제자들의 잠재능력을 발견하고 사랑과 애정으로 돌보았을 때 성장하고 능력을 발현시킬 수 있으리라 믿는다.

정현종의 '방문객'처럼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지구촌의 미래를 책임지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와 가정 사회에서 한 명 한 명에 진정성을 갖고 온 힘을 다해 교육해야 한다. 지구촌의 행복한 미래를 위하여 문주란이 꽃을 피우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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