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간 717건 접수 '59% 실명' … 미투 운동 영향 큰 듯
42% 징계·처벌 등 법적조치 요구 … 결과는 행정지도 최다
#1. 30대 직장인 A씨는 "평소 '남자끼리'라며 음담패설을 일삼던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면서 "심지어 출장지에서 공동 샤워실을 이용했을 때 상사가 신체 일부를 찍어 업무용 메신저에 올린 적 있다"고 털어놨다. 이후 "더는 참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성희롱 신고를 하게 됐고, 상사는 성희롱 피해 사실이 인정돼 행정조치 처분과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2. 20대 아르바이트생 B씨는 "상사가 근무 중에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할 것을 강요했다"면서 "이후에도 업무 외의 만남을 요구했고, 계속되는 상사의 언행 수위와 신체 접촉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자 상사의 괴롭힘을 받게 돼 퇴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본사에도 사실을 알렸으나 사건을 무마하려고 해 참지 않고 신고했다"고 토로했다. 결국, 성희롱 가해자는 사업장 실태 조사 후 징계 조치됐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신고할 때 익명보다는 실명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미투 운동' 이후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지와 함께 피해자들의 사회적 인식이 바뀐 영향으로 풀이된다.

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지난 3월까지 1년 동안 '직장 내 성희롱 익명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는 모두 717건으로, 경기지역은 144건(20.2%)이다. 이 중 423건은 피해자가 실명을 드러내고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이는 전체 신고에 59.1%에 달하는 수치로 절반 이상이 해당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익명 혹은 닉네임으로 실명 대체가 가능한데도 실명 신고가 상당 부분 이뤄지고 있는 것은 미투 운동의 영향이 크다"면서 "이제 더는 성희롱 피해 사실을 침묵하지 않겠다는 사회적인 움직임이 커지면서 공동의 문제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또 "피해자들이 자신을 숨기지 않고 신고를 하는 것은 잘못을 한 사람에게 그에 맞는 처벌을 내리자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 신고 센터에 피해자가 요구한 사항으로는 징계·처벌 등 법적 조치에 대한 요구가 42.8%로 가장 높았다. 그 뒤로는 사건 조사가 31.2%, 재발 방지 교육이 25% 순으로 나타났다. 모두 부적절한 행동을 한 사례에 대해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2차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희롱 유형으로는 머리카락·손·어깨 등을 만지는 신체접촉을 하거나 추행을 한 경우가 48.5%로 가장 많았다. 성적 농담이나 음담패설을 한 경우도 42.0%였다. 여기에는 '짧은 치마를 입고 출근하라'거나 '화장을 진하게 하라'는 등 성적인 발언 등이 해당한다. 외모에 대해 평가하는 발언을 한 경우는 18.8%, 개인적인 만남을 요구한 경우는 9.5%였다.

현재까지 성희롱 피해사례에 대한 조치 결과로는 행정지도 305건, 과태료 부과처분 25건, 검찰송치 1건, 피해자가 신고를 취하한 사례는 146건으로 현재 나머지 112건이 조사 중에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실명 신고가 많아졌지만, 혹여나 있을 피해자에 대한 보복이 두려워 아직 혼자 끙끙 앓고 있는 피해자도 많을 것"이라며 "보복과 관련해서는 사건처리 종료 이후에도 피해자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는 등으로 계속 관리와 점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남춘 기자·김채은 수습기자 kc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