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지분 4.3% 매입 발표 … 우호 지분율 33.23%까지 확대
글로벌 1위 항공사 델타항공이 한진칼의 지분을 매입하며 수호천사로 나섰다.

델타항공이 최대 10%까지 한진칼 지분을 매입할 경우 범 우호지분이 40%에 달해 15%대 후반인 KCGI(강성부펀드)의 의결권이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23일 한진그룹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델타항공은 지난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델타항공은 지분 매입을 통해 대한항공과의 조인트 벤처 제휴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며 향후 지분율을 1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델타항공의 투자가 한진칼의 백기사 역할을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한항공에 대한 직접투자가 아닌 지주사 지분 취득 방식을 띤 만큼 한진칼에 우호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국내 항공 관련법 상 외국인의 국적사에 대한 지분 투자는 49%까지만 허용되고 그 이하라도 실질적인 지배력이 있으면 면허가 취소되나 10% 정도의 지분이라면 충분히 대한항공에 직접투자가 가능했음에도 한진칼에 지분투자를 한 것은 특이한 부분"이라며 "한진칼에 대한 KCGI의 지분율이 확대되고 있는 과정에서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측의 우호 지분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델타항공과 대한항공은 2000년에 탄생한 글로벌 얼라이언스 '스카이팀'(Sky Team)의 창립 멤버다. 여기에 에어로멕시코, 에어프랑스 등이 추가됐다.

두 항공사는 지난해 5월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한·미 직항노선을 포함한 아시아 80개 및 미주 290개 노선에서 협력하고 있다. 에드워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의 미디어 간담회에서 "대한항공과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해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취득으로 KCGI는 수세에 몰렸다. 표 대결을 위해 2대 주주로 올라섰지만 델타항공이 백기사로 등장하면서 표 대결에서의 우위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현재 한진칼의 최대주주는 고 조양호 전 회장으로 17.84%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2.3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2.3%), 정석인하학원(2.14%) 등 특수관계인을 더하면 28.93%에 달한다.

델타항공이 취득한 우호지분을 더하면 한진그룹의 우호 지분율은 33.23%로 늘어나고 향후 10%까지 확대할 경우 한진그룹의 우호 지분율은 40%에 육박해 KCGI가 보유한 의결권(15.98%)을 월등히 앞서게 된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