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몸무게를 점수로 환산해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학교들이 더러 있다. 수원에 있는 A중학교에서 결국 이 문제로 탈이 났다. 이 학교는 심폐지구력, 유연성 등 5개로 분류한 평가항목에 체지방 검사 항목을 필수 종목으로 집어넣고 점수를 20%로 배분했다. "성적을 위해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것이냐"는 학생들의 반발이 SNS를 통해 확산됐고, 마침내 언론보도로 이어졌다. 보도 이후 해당학교는 체지방 평가 방식을 즉각 취소함으로써 일단락된 사건이다.

발 빠른 대처가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 발상 자체가 놀랍다.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 활동가의 지적처럼 '학생의 신체를 통제하고 징계하려'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그에 더해 경기도교육청이 제정한 학생인권조례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평가방식이 결정되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나온다.
경기도교육청이 밝힌 바에 따르면 수행평가는 학기 초 과목별 교사가 교과협의회를 거친 뒤 평가부서 부장, 교감, 교장 승인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그렇다면 이는 곧 협의 과정에 참여했던 교사들과 부장, 교감, 교장 등 결재라인에 있었던 사람들 중에 단 한 사람도 이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겠으나 학생들의 입장에서 또는 상식의 눈으로 바라봤을 때 금세 지적될 수 있는 문제가 교육현장에서 걸러질 수 없었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체육수행평가 방식에서 사용했던 팝스(PAPS)는 사실 나무랄 데 없는 프로그램이다. 개인의 신체능력 수준을 운동기능 중심의 평가에서 건강 중심의 종합체력평가 방식으로 전환하고 그에 맞는 운동처방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최근엔 기업과 군대에서도 이 방식을 활용해 개인의 건강을 관리한다. 문제가 있다면 이를 활용하는 사람들의 구태의연한 사고다.

우리 교육계가 매사에 점수를 매기고 순위를 내야한다는 오랜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 학생들이 가뜩이나 성적지상주의에 내몰리고 외모지상주의가 판을 치는 사회적 분위기에 반전을 모색할 수 있는 교육적 처방 그것이 교육계가 지금 고민해야 할 일이다.